코스피지수가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 국제 유가 반등 등에 힘입어 1900선을 회복했다. 주포는 모처럼 지갑을 연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8일 외국인 투자자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은 1959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루 매수액을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을 쓴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수렁에서 빠져나온 코스피

코스피지수는 이날 1.11% 오른 1904.65에 장을 마쳤다. 3거래일 만에 1900선 위로 올라왔다. 1월 옵션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이 1000억원 가까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창구를 중심으로 ‘사자’ 주문이 몰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전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28.08% 늘어난 5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증권 업계가 추정한 전망치 4조7863억원을 8.64%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0.54% 오른 131만4000원이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휴대폰 부문 마케팅비용 절감 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며 “반도체 경기를 감안할 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6 등 다양한 스마트폰 신제품 반응에 따라 주가의 추가 상승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가 상승 반전한 것도 투자심리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2월물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0.72달러 상승한 배럴당 48.65달러에 거래됐다. 원유값이 반등한 것은 4거래일 만이다. SK이노베이션(상승률 2.87%), 에쓰오일(2.65%), LG화학(2.13%) 등 정유, 화학 업종 주요 상장사들의 주가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것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미국 금리 인상을 서둘지 않겠다”는 게 이날 공개된 의사록의 핵심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vs ‘본격 반등’

증권 전문가들이 삼성전자 실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효과를 삼성전자를 통해 가늠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이외의 상장사들도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가정하면, 4분기 전체 상장사의 실적도 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이란 설명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적어도 수출 대기업들은 환율 효과에 힘입어 증권사 전망치와 엇비슷한 수준의 4분기 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잠재 부실을 4분기에 털어내는 상장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등 해외 악재들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좋은 뉴스지만 비용 절감에 따른 효과, 환율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발라내야 실제 산업경기가 반등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순매수세 전환 역시 규모가 크지 않아 의미를 두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삼성전자 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상장사들의 4분기 실적이 판을 뒤바꿀 만큼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보다 분명한 호재가 나타날 때까지는 지수가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윤정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