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없이 달걀…달걀없이 마요네즈…'역발상' 인공식품, 새 영토를 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로벌 CEO / 조시 테트릭 햄프턴크리크푸드 대표
'식품업계 스티브 잡스'
아프리카 떠돌다 식량문제 눈 떠
식물원료 추출해 '인공 달걀' 개발…콜레스테롤 없고 AI 등 걱정 없어
마요네즈 전쟁 승리…시장 장악
달걀 쓰지 않는 '저스트 마요' 열풍
헬만 마요네즈, 판매중단 소송 내자 10만명 고소 취하 서명 등 비난 여론
억만장자들 사로잡은 아이디어
리카싱 청쿵그룹회장 1550만弗 쾌척…빌 게이츠·제리 양 등도 목돈 투자
쿠키·파스타 등으로 사업 무한 확장
세계 1위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등 억만장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회사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식품 벤처기업 햄프턴크리크푸드다. 이 회사는 닭 없이 달걀을 만들고, 달걀 없이 마요네즈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설립 3년 만에 연매출 3000만달러(약 329억원)의 대형 식품 기업으로 올라섰다. 마요네즈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유니레버의 자회사 코노프코는 무섭게 성장하는 햄프턴크리크를 경계하며 최근 판매 중단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역발상으로 ‘식품업계의 스티브 잡스’가 된 조시 테트릭 햄프턴크리크푸드 최고경영자(CEO·34)는 “113억달러에 달하는 마요네즈 시장 장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쿠키와 파스타 등 다른 식품군으로 영역을 무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서 7년…‘식량 문제’에 눈뜨다
테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험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까지 살았다. 어릴 때 꿈은 미식축구 선수였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엔 축구에만 빠져 살았다. 웨스트버지니아대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했지만 프로 무대 데뷔 직전 진로를 틀었다. 축구가 아닌 다른 일에 호기심이 생겼고, 공부를 택했다. 코넬대에 입학해 사회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학교를 마친 뒤 그는 돌연 아프리카로 떠났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케냐, 라이베리아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떠돌며 사회 운동가로, 임시 학교 선생님으로, 라이베리아 정부의 투자법 개정 자문으로 일했다. 아프리카 비영리단체 ‘모어댄미(More Than Me)’와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한 켤레를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신발회사 ‘탐스 슈즈’에서 일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7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식량 문제’에 눈을 떴다. 고비용 구조의 식량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바꿔 미래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의 끝은 달걀에서 멈췄다. 전 세계 식탁에,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가 바로 달걀이었기 때문이다.
테트릭은 미국으로 돌아와 친구 조시 벌크와 햄프턴크리크푸드의 사업 초안을 만들었다. 테트릭은 생명공학자들과 함께 1500종이 넘는 식물 원료를 추출해 인공 달걀 ‘비욘드 에그’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해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은 아이디어에 언론과 재계가 주목했다. 테트릭은 CNBC, CNN,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뉴욕타임스 등 유력 매체에 적극 출연해 사업 아이디어를 노출시켰다. 그의 아이디어를 높이 산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식량의 미래(The Future of Food)’에서 그의 회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인공 달걀’에 억만장자들 환호
테트릭은 2011년 단돈 3만7000달러(약 4000만원)로 창업, 1차 펀딩을 통해 50만달러를 끌어모았고 이듬해 총 3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올해는 총 1억2000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그는 “한 번에 한 가지 목표만 세우고, 그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축구선수 시절 오직 공만 잡고 달렸던 것처럼 달걀을 생각할 땐 달걀만을, 마요네즈를 생각할 땐 마요네즈만 생각해야 창의력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그가 개발한 ‘비욘드 에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황두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조 달걀은 콜레스테롤이 포함돼 있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모넬라 등 감염성 질병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환영받는 것은 물론 생산비도 기존 달걀에 비해 18%나 낮아 경제적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이 달걀로 빵이나 쿠키, 마요네즈를 만들면 가격은 싸고 몸에는 더 좋은 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창업 초기 투자자를 물색하던 테트릭은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을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리 회장을 찾아가 그의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즉석 계란 요리를 만들자 리 회장은 눈을 반짝였다. 부동산에 투자하던 청쿵그룹은 당시 신사업 아이디어에 목마른 상황이었다. 리 회장은 곧장 1550만달러를 쾌척했다. 리 회장 외에도 빌 게이츠 MS 창업자, 피터 시엘 페이팔 공동 설립자, 제리 양 야후 공동 설립자, 비노드 코슬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설립자 등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투자자들이 그의 사업 아이디어에 목돈을 대기 시작했다. 이달에는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 에두아르도 세브린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등까지 가세하며 햄프턴크리크푸드의 몸값을 더 높였다.
달걀 없는 마요네즈…美 넘어 아시아로
테트릭은 최근 ‘마요네즈 전쟁’에 휩싸였다. 그가 개발한 달걀 없는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 때문이다. 보통 마요네즈는 달걀 노른자에 식초와 식용유를 섞어 만드는 식재료다. 테트릭은 달걀 노른자 대신 식물 추출 단백질을 사용해 기존 마요네즈와 똑같은 마요네즈맛을 개발했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친환경적인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월마트, 테스코 등 대형 유통매장 진입에 성공했다.
그가 달걀을 쓰지 않고 만든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를 만들어 열풍을 일으키자 미국 소매업계의 공룡 유니레버는 햄프턴크리크푸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달 유니레버의 자회사 코노프코는 “햄프턴크리크가 허위 광고와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어 업계 1위 헬만 마요네즈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저스트 마요’의 판매를 중단해 달라는 소장을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마요네즈의 사전적 정의를 문제 삼아 소송을 냈던 유니레버는 10만명이 “고소를 취하하라”는 서명을 내는 등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한 달 만에 꼬리를 내렸다.
테트릭은 미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달걀 생산량의 38%를 소비하는 중국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그는 “아시아 소비자들은 호기심이 많은 데다 입맛과 취향도 크게 변화하는 중”이라며 “내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테트릭의 다음 목표는 ‘달걀 없는 파스타’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개발을 끝낸 상태다. 그는 “우리 회사의 목표는 단 하나,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소, 지구를 망치고 있는 요소를 없애는 것”이라며 “이 모든 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아프리카 떠돌다 식량문제 눈 떠
식물원료 추출해 '인공 달걀' 개발…콜레스테롤 없고 AI 등 걱정 없어
마요네즈 전쟁 승리…시장 장악
달걀 쓰지 않는 '저스트 마요' 열풍
헬만 마요네즈, 판매중단 소송 내자 10만명 고소 취하 서명 등 비난 여론
억만장자들 사로잡은 아이디어
리카싱 청쿵그룹회장 1550만弗 쾌척…빌 게이츠·제리 양 등도 목돈 투자
쿠키·파스타 등으로 사업 무한 확장
세계 1위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등 억만장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회사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식품 벤처기업 햄프턴크리크푸드다. 이 회사는 닭 없이 달걀을 만들고, 달걀 없이 마요네즈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설립 3년 만에 연매출 3000만달러(약 329억원)의 대형 식품 기업으로 올라섰다. 마요네즈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유니레버의 자회사 코노프코는 무섭게 성장하는 햄프턴크리크를 경계하며 최근 판매 중단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역발상으로 ‘식품업계의 스티브 잡스’가 된 조시 테트릭 햄프턴크리크푸드 최고경영자(CEO·34)는 “113억달러에 달하는 마요네즈 시장 장악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쿠키와 파스타 등 다른 식품군으로 영역을 무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서 7년…‘식량 문제’에 눈뜨다
테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험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까지 살았다. 어릴 때 꿈은 미식축구 선수였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엔 축구에만 빠져 살았다. 웨스트버지니아대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했지만 프로 무대 데뷔 직전 진로를 틀었다. 축구가 아닌 다른 일에 호기심이 생겼고, 공부를 택했다. 코넬대에 입학해 사회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학교를 마친 뒤 그는 돌연 아프리카로 떠났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케냐, 라이베리아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떠돌며 사회 운동가로, 임시 학교 선생님으로, 라이베리아 정부의 투자법 개정 자문으로 일했다. 아프리카 비영리단체 ‘모어댄미(More Than Me)’와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한 켤레를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신발회사 ‘탐스 슈즈’에서 일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7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식량 문제’에 눈을 떴다. 고비용 구조의 식량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바꿔 미래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생각의 끝은 달걀에서 멈췄다. 전 세계 식탁에,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가 바로 달걀이었기 때문이다.
테트릭은 미국으로 돌아와 친구 조시 벌크와 햄프턴크리크푸드의 사업 초안을 만들었다. 테트릭은 생명공학자들과 함께 1500종이 넘는 식물 원료를 추출해 인공 달걀 ‘비욘드 에그’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해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은 아이디어에 언론과 재계가 주목했다. 테트릭은 CNBC, CNN,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뉴욕타임스 등 유력 매체에 적극 출연해 사업 아이디어를 노출시켰다. 그의 아이디어를 높이 산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식량의 미래(The Future of Food)’에서 그의 회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인공 달걀’에 억만장자들 환호
테트릭은 2011년 단돈 3만7000달러(약 4000만원)로 창업, 1차 펀딩을 통해 50만달러를 끌어모았고 이듬해 총 3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올해는 총 1억2000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그는 “한 번에 한 가지 목표만 세우고, 그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축구선수 시절 오직 공만 잡고 달렸던 것처럼 달걀을 생각할 땐 달걀만을, 마요네즈를 생각할 땐 마요네즈만 생각해야 창의력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그가 개발한 ‘비욘드 에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황두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조 달걀은 콜레스테롤이 포함돼 있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모넬라 등 감염성 질병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환영받는 것은 물론 생산비도 기존 달걀에 비해 18%나 낮아 경제적이라는 이유도 작용했다. 이 달걀로 빵이나 쿠키, 마요네즈를 만들면 가격은 싸고 몸에는 더 좋은 식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창업 초기 투자자를 물색하던 테트릭은 우연한 기회에 지인으로부터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을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리 회장을 찾아가 그의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즉석 계란 요리를 만들자 리 회장은 눈을 반짝였다. 부동산에 투자하던 청쿵그룹은 당시 신사업 아이디어에 목마른 상황이었다. 리 회장은 곧장 1550만달러를 쾌척했다. 리 회장 외에도 빌 게이츠 MS 창업자, 피터 시엘 페이팔 공동 설립자, 제리 양 야후 공동 설립자, 비노드 코슬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설립자 등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투자자들이 그의 사업 아이디어에 목돈을 대기 시작했다. 이달에는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 에두아르도 세브린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등까지 가세하며 햄프턴크리크푸드의 몸값을 더 높였다.
달걀 없는 마요네즈…美 넘어 아시아로
테트릭은 최근 ‘마요네즈 전쟁’에 휩싸였다. 그가 개발한 달걀 없는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 때문이다. 보통 마요네즈는 달걀 노른자에 식초와 식용유를 섞어 만드는 식재료다. 테트릭은 달걀 노른자 대신 식물 추출 단백질을 사용해 기존 마요네즈와 똑같은 마요네즈맛을 개발했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친환경적인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월마트, 테스코 등 대형 유통매장 진입에 성공했다.
그가 달걀을 쓰지 않고 만든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를 만들어 열풍을 일으키자 미국 소매업계의 공룡 유니레버는 햄프턴크리크푸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달 유니레버의 자회사 코노프코는 “햄프턴크리크가 허위 광고와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어 업계 1위 헬만 마요네즈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저스트 마요’의 판매를 중단해 달라는 소장을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마요네즈의 사전적 정의를 문제 삼아 소송을 냈던 유니레버는 10만명이 “고소를 취하하라”는 서명을 내는 등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한 달 만에 꼬리를 내렸다.
테트릭은 미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달걀 생산량의 38%를 소비하는 중국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그는 “아시아 소비자들은 호기심이 많은 데다 입맛과 취향도 크게 변화하는 중”이라며 “내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테트릭의 다음 목표는 ‘달걀 없는 파스타’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개발을 끝낸 상태다. 그는 “우리 회사의 목표는 단 하나,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소, 지구를 망치고 있는 요소를 없애는 것”이라며 “이 모든 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