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구도 변화 예고…신동빈 회장이 日롯데도 이어받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계열사 세 곳의 임원직에서 해임되면서 그룹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롯데는 신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책임지고,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롯데를 이끄는 방향으로 후계 구도가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부회장이 일본 롯데 계열사 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이런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는 지난 5일 신 부회장이 (주)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 롯데아이스 이사 등 3개 자회사 임원직에서 해임됐다고 발표했다. 3개 자회사는 모두 과자, 음료 등을 생산·판매하는 제과업체다. 신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부회장직만 유지하게 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부회장의 해임 배경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롯데그룹 역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경영은 별개로 이뤄진다”며 “신 부회장이 해임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후계구도 변화 예고…신동빈 회장이 日롯데도 이어받나
그러나 재계에서는 롯데의 후계구도 경쟁에서 동생 신 회장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형인 신 부회장이 계열사 임원직에서 해임된 반면 동생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주)롯데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신 회장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일본 롯데에서의 위상 약화는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요약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8.83%)을 비롯해 롯데칠성(5.92%), 롯데제과(3.21%)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회사는 19.0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롯데홀딩스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광윤사라는 기업이 있다. 광윤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최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포장자재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소개돼 있다.

신 부회장과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광윤사나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신 부회장이 계열사 임원에서 해임된 것은 모종의 이유로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신 부회장과 신 회장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비슷한 규모로 나눠 갖고 있다.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13.46%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신 부회장도 13.45%를 갖고 있어 형제 간 지분율 차이가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롯데제과는 신 회장이 5.34%, 신 부회장이 3.92%를 보유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 주식을 일곱 차례에 걸쳐 사들이며 지분율을 3.69%에서 3.92%로 높여 형제 간 지분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 ‘롯데제과→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