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뇌수술 로봇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뇌수술 로봇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고영테크놀러지(사장 고광일)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 관계자들이 종종 찾아온다. 뇌수술용 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에 들어서면 마네킹이 있고, 그 옆에 여러 로봇장치가 배치돼 있다. ‘뇌수술 로봇’ 개발 현장이다. 이 회사는 주 1회 정도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온라인 미팅을 한다. 때로는 연구원들이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 의대 산하 병원을 직접 찾기도 한다.

◆3D기술과 뇌수술 노하우 결합

2002년 설립된 고영테크놀러지는 ‘3차원(3D) 전자부품 검사장비’ 등을 만드는 업체다. 지멘스 등 1400개 이상 국내외 기업에 검사장비를 팔고 있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사장(57)은 “뇌수술 로봇은 내년 하반기 완성 목표로 하버드대와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테크놀러지가 뇌수술 로봇 개발에 나선 것은 3D기술과 하버드대의 뇌수술 노하우를 결합해 정교한 수술기법을 고안해 내기 위해서다. 수술 시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 및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 고영테크놀러지의 3D 센서기술과 로봇시스템 등을 결합해 실시간으로 환부와 수술도구 위치를 파악, 신경과 혈관 등 치명적인 부위를 피해 수술하도록 돕는 장치다.

고 사장은 “차별적인 3차원 센서와 수술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로봇시스템, 수술도구 등이 결합해야 수술용 로봇이 탄생한다”며 “뇌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 수술 등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런 종류의 로봇은 의료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인력 37%가 연구원”

고영테크놀러지는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에 한양대와 공동으로 참여하며 이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의료 공학 전문가를 포함해 30여명의 의료용 로봇 전문연구인력을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총 연구인력은 130명으로 전체 인력 350명의 37%에 이른다.

이 회사는 3D 측정을 위한 센서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먼저 선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수술로봇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하버드대와는 2013년 봄 연결됐다. 하버드대 의대 의공학자인 하타 노부히코 교수가 가산디지털단지를 찾으면서부터다. 하타 교수는 고영테크놀러지와 의료수술로봇 국책과제를 공동 수행하던 다른 교수의 소개로 고영테크놀러지의 3차원 장비기술을 알게 됐다.

프로젝트는 급진전됐다. 2014년 초부터 양측이 본격 협력에 돌입했다. 고 사장은 “하버드대와 손을 잡은 것은 의료용 로봇의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인증과 현지 시장 개척까지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서울대 공대를 나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로봇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고 LG전자와 미래산업을 거쳐 2002년 창업했다. 고영테크놀러지의 2013년 매출(연결 기준)은 1119억원이었다. 그해 무역의 날에 ‘7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작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매출은 1040억원으로 2013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