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기업에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왔다. 기업은 소셜 이슈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모니터링과 실시간 대응 시스템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사진은 한국의 투자환경 우수성을 SNS를 통해 해외에 알리는 KOTRA의 ‘인베스트 코리아’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기업에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왔다. 기업은 소셜 이슈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모니터링과 실시간 대응 시스템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사진은 한국의 투자환경 우수성을 SNS를 통해 해외에 알리는 KOTRA의 ‘인베스트 코리아’ 서포터즈 발대식 모습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위기를 미리 찾아내 이슈화하라
‘재산을 한 은행에 전부 맡기지 말아라. 한번의 투자에 올인하지 말아라. 하나의 건물에 비상구를 하나만 만들지 말아라. 평생 동안 단 하나의 직업만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아버지가 객지로 떠나는 사회 초년병 아들에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건네는 충고 같은 말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지성’ 자크 아탈리가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참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위기는 이렇게 ‘아버지의 충고’처럼 누구에게나 솔직하고, 꾸밈없고, 절박한 문제다.

아탈리는 그의 저서 ‘살아남기 위하여’에서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위기를 잘 극복해 가는 방법으로 ‘자긍심의 원칙, 전력투구의 원칙, 감정이입의 원칙, 탄력성의 원칙, 유비쿼터스의 원칙, 혁명적 사고의 원칙’ 등 7가지의 위기대응 원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최근의 위기는 인구팽창, 기술의 발전, 에너지와 자원의 문제, 지정학적 동요 등 전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파악해야 그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고 정확한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21세기 들어 벌어진 굵직굵직한 위기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9·11테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신종플루, 동일본 대지진에서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초대형 재난과 사고는 개인과 기업, 국가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충격을 초래했다. 하지만 완벽한 ‘플랜B’와 ‘업무 연속성 계획’ 같은 위기대응 매뉴얼을 갖춘 집단은 위기로부터 발빠르게 빠져나오는 ‘회복력(resilience)’을 발휘했다.

9·11테러 당시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맨해튼 본사 건물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린 사태에 직면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기업은 바로 다음날 영업을 재개했다. 평소 꾸준한 대피훈련으로 2700여명의 직원들이 건물 붕괴 직전 신속하게 빠져 나올 수 있었고, 미리 갖춰 둔 이중화된 재해복구 시스템 덕분에 갑작스런 위기로부터 복원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위기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파괴적’ 혁신이 불길처럼 업계를 강타하거나, 예상치 못한 ‘킬러앱’이 등장해 자사 제품이 속해 있는 시장이 하루아침에 통째로 없어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위기가 어디서 불쑥 나타날지 예측조차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기업 둘러싼 위기양상 예측하기 힘들어

구글이라는 ‘앳된’ 기업이 등장해 검색시장을 일거에 장악했다. 야후 이후 수많은 검색 서비스들은 퇴장해야 했다.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하나가 인도나 중국의 인구 수를 능가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해 가고 있다. 그사이 많은 SNS가 시장에서 조용히 소멸해야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아이폰이라는 ‘세기적 혁신’의 등장으로 피처폰 시대의 최강자 노키아는 소리없이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기업들이 신종 ‘블랙스완’의 등장을 수시로 목격하는 시대다. 한국의 가구업계는 지금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을 놓고 긴장하고 있다. 서울의 택시업계는 ‘우버’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의 등장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기업은 이제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야 하는 전례없는 새로운 양상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눈앞에 드러난 위기를 수습하는 전통적인 위기관리 매뉴얼로는 대처가 쉽지 않게 됐다.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위기의 궤적 속에 깔려 있는 ‘복선’들을 미리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아탈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운의 틈새’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미리 찾아내 ‘이슈화’하고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이 더 중요한 시대다.

선제적 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은 이슈 관리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위기는 크고 작은 이슈가 모여 커져 간다. 기업은 어떤 이슈가 ‘파괴적’ 혁신으로 이어져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들어 올지, 어떤 이슈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위협이 될지, 어떤 이슈가 자사의 명성과 이미지를 추락시킬 수 있을지, 또 어떤 이슈가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가져다 줄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슈에 주목해야 한다.

선제적 위기 대응 위해 이슈에 주목해야

150년 전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시골마을에서 곡물창고 하나로 시작해 포천글로벌 500대 기업 중 28위로 성장한 세계적 곡물기업 카길의 미래지향적인 이슈 관리는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그렉 페이지 카길 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창사 후 150년 동안 철도혁명, 농업혁명, 세계화혁명, 정보화혁명 같은 대변혁이 일어났는데, 카길이 한결같이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한 비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력’입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와 세계적인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용기를 갖고 민첩하게 대응했습니다. 특히 낙관적 시각과 호기심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변화를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바꿉니다.” 세계사적인 대변혁의 고비와 위기 앞에서 카길은 ‘낙관적 시각’과 ‘호기심’으로 이슈를 관찰하고, 그 속에 내재된 기회를 포착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성장했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속도’라는 관리요소가 하나 더 붙게 됐다. 소셜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이슈가 위기로 전이되는 속도, 특히 기업의 부정 이슈가 확산돼 위기로 발전하는 속도를 ‘광속’의 단위로 높여가고 있다. 소셜공간에서의 이슈 관리는 발 빠르고 신속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이슈라도 SNS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하면 그 속도와 범위는 걷잡을 수가 없다.

기업은 소셜 이슈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모니터링과 실시간 대응 시스템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정남진 < 이노미디어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