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지선 씨(32)는 코스피지수가 1980까지 올라왔다는 소식에 내심 기대하며 국내주식형 펀드 계좌를 열어보다 눈을 의심했다. 지수가 상승한 것과는 달리 김씨가 투자하는 2개의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오히려 손실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체면 구긴 ‘액티브펀드’

한 달 전 1925선이던 코스피지수는 중국과 유럽의 양적 완화 정책에 힘입어 1980까지 회복하며 한 달간 2.74% 뛰어올랐다. 코스피200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는 한 달 새 3.91%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이 종목을 선별,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국내주식형펀드(액티브펀드)는 한 달 평균 0.12%의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설정액이 큰 주요 펀드 가운데 ‘한국밸류10년투자’(-0.93%) ‘신영밸류고배당’(0.52%) ‘한국투자네비게이터’(0.93%) 등 대부분이 코스피지수 상승률(2.74%)을 밑돌았다. 다만 ‘신영마라톤’(5.19%)과 삼성그룹주펀드인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8.07%) 등 저평가 경기민감주 위주로 담고 있는 펀드들은 선전했다.

특히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던 중소형주펀드는 5.31%의 손실을 보면서 조정폭이 컸다. 이강국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대부분의 펀드가 중소형주, 내수주 위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소외돼 있던 조선, 화학 등 경기민감 대형주 위주로만 반등했다”며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펀드 수익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도 올 들어 줄곧 강세였던 중소형주와 내수주를 팔아 차익실현한 뒤 일부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면서 중소형주펀드의 조정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지수 상승 과정에서 삼성SDS 효과도 컸는데 대부분의 액티브펀드가 이를 누리지 못한 것도 성과 부진의 이유로 지목했다.

◆지금이 변곡점? 매니저들 ‘갈팡질팡’

최근 주가 흐름이 유동성 효과에 따른 기술적 반등인지, 시장 주도주가 바뀌는 변곡점인지를 두고 매니저 간 의견이 엇갈렸다. 이강국 팀장은 “비중을 축소했던 일부 조선, 정유 등 경기민감주를 편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를 운용 중인 박현준 한국투신운용 부장은 “내년에는 저평가 매력에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형주가 시장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러스톤칭기스칸’ 책임매니저인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개별 종목별 펀더멘털(내재가치)에 따른 차별화 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시황에 맞춰 종목을 변경하기보다 기존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