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아이디어가 많고 현안에 대해서 명쾌한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내서지요. 늘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는 기자로서는 박 회장 만큼 좋은 취재원은 없습니다. 물론 직선적인 박 회장의 스타일 덕에 어줍짢은 수준의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오는 그의 면박은 감수해야합니다.

그런데 최근 박 회장이 유난히 말수가 적어졌습니다. 기자들의 전화도 잘 받지 않고요. 질문을 해도 “다음에 답하겠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왜일까요. 최근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서입니다.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연합회 이사회인 10개 은행의 은행장과 박 회장, 그리고 김영대 은행연합회 부회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후보를 정하면 사원 총회를 통해 은행연합회장이 뽑힙니다. 박 회장으로선 곧 은행연합회를 떠나야할 처지인데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하는 이사회 멤버이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최근 은행연합회장 선출 권한이 없는 금융당국이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을 은행연합회장에 내정했다는 언론사 보도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이 들끓고 있는 것도 그가 입을 닫는 요인입니다. 발언 내용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의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지요.

기자로서는 아쉽기는 합니다. 언제나 명쾌한 분석과 결론을 내리던 박 회장을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서이지요.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대한 그의 속내도 무척 궁금합니다. 아마 누구를 은행연합회장으로 뽑을지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은행연합회 이사회 멤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