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선릉역 내에 있는 분식점 앞에서 손님들이 꼬마김밥 등을 먹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지하철 2호선 선릉역 내에 있는 분식점 앞에서 손님들이 꼬마김밥 등을 먹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지난 21일 오후 5시께 지하철 2호선 선릉역 내 4번 출구 쪽의 분식집 ‘분식의 신’. 지하철 역내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은 주력 메뉴인 1000원짜리 꼬마김밥 30여종과 순대, 떡볶이 등을 팔고 있다. 하루 중 오후 5~6시가 가장 붐비는 때로, 20여명의 손님이 요기를 하거나 음식을 포장해 가고 있었다.

분식의 신 가맹 본사의 장완기 실장은 “지하철 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선릉역점의 경우 하루 평균 1200줄의 김밥을 팔고 있다”며 “현재 6개인 가맹점이 연말까지 20개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맛집이 주목받고 있다. 지하철 역내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싼값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있다.

지하철 맛집 열풍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초기에는 단팥빵 전문점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 시청역에 문을 연 ‘누이애단팥빵’은 서울 시내의 ‘빵지순례지’ 중 한 곳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크기가 33㎡에 불과한 이 점포에는 하루에 약 700명이 찾아와 하루에 3500여개의 빵을 팔았다. 지난 6월 '누이단팥빵'으로 새로 문을 연 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5호선 공덕역, 3호선 양재역 등에 점포가 있는 ‘서울연인 단팥빵’도 유명하다. 유기농 밀가루, 천연발효 효모 등 천연재료만 사용하고 매장에서 직접 구워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2호선 잠실역 9번 출구 부근에는 씨앗호떡, 부산오뎅, 마리짱(꼬마김밥) 등 3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나란히 붙어 있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4호선 사당역과 수서역 등에 점포가 있는 도넛 전문점 링바볼은 쫀득한 반죽이 장점이다.

지하철 맛집의 인기가 좋다보니 창업에도 관심이 높다. 지하철에서 의류·화장품·신발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음식점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하철 역사 내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진행하는 점포 입찰을 통해 점포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 19일 서울메트로가 부친 점포 임대 입찰에서는 2호선 홍대입구역 35.6㎡ 크기의 점포가 2억7043만원에 낙찰됐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같은 대형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하는 9호선을 제외하면 낙찰 후 재임대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창업컨설팅 업체 대호21의 박원순 부사장은 “지하철역은 승객 등 유동인구가 확보된 특수상권이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고속터미널역 9호선 환승통로에 있는 33㎡ 규모의 한 점포는 권리금이 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계속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품목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브랜드가 난립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점이다. 분식의 신처럼 꼬마김밥을 파는 곳으로는 마리짱을 비롯해 지하철 내에만 5개 브랜드가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