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건강과 돈, 두 가지 걱정 중에서 그나마 건강은 직장인이라면 위안거리가 있다. 대다수 직장인이 연례행사처럼 받는 건강검진이 바로 그것이다. 피를 뽑아 각종 검사를 하고, 엑스레이와 초음파로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위 내시경으로 뱃속을 들여다보면서 건강을 점검한다.
하지만 돈(재무) 문제는 사정이 다르다. 건강검진처럼 직원들이 자신의 재무상태를 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직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원 대상 재무설계교육을 하는 곳들도 정기적이고 체계적이기보다는 비정기적 일회성 교육에 그치기 십상이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직장은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내용이 퇴직연금에 국한되거나 교육 방식이 단순 자료 제공 또는 강사의 일방적 강의로만 끝난다면 직원 각자가 100세 시대를 대비해 돈(재무) 문제를 점검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건강검진처럼 직원들이 각자의 재무상태를 점검해 문제점과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정기적인 재무상태 점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해마다 실시하기 어렵다면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신입 직원(직장인이 알아야 할 저축과 투자의 기본) △35세(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뒤의 재무설계) △45세(자녀 교육과 자산 축적, 노후 대비를 위한 재무설계) △55세(퇴직 후를 대비한 재무설계) 등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을 직장(기업)이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재무적 안정을 이룰 수 있고, 그로 인해 직무 만족도와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무가 아니더라도 제공할 가치는 충분하다. 더 많은 직장(기업)이 직원들의 재무상태 점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를 기대한다.
장경영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