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家 '측면 지원' 주목
KCC는 20일 현대중공업 주식 243만9000주가량을 3000억원에 매입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장중 매수 또는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이번 매입이 완료되면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3.04%에서 6.25%로 오른다.
KCC는 이번 지분 인수에 대해 “자금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투자”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CC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자사주(19.35%)나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들고 있는 지분(7.98%)을 일부 매입하는 식으로 현대중공업에 직접 현금을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자사주는 1471만1560주로 이날 주가 기준 1조7286억원 상당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현대중공업으로의 현금 유입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KCC가 지분을 매입함에 따라 백기사로서의 역할과 현대중공업 주가 방어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11만7500원으로 연초 대비 53.64% 하락한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해외 플랜트 등의 사업 부진으로 인해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은 탓에 재무구조가 불안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와 KCC 주식을 잇따라 처분해 7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날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KCC 지분 7.63%를 4151억5100만원에 모두 매각했다. 앞서 18일엔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포스코 주식 87만2000주를 팔아 2640억원을 현금화했다.
범 현대가가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CC의 자금 지원으로 범 현대가인 한라그룹은 2008년 1월 사모펀드(PEF)에 넘어갔던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를 다시 품에 안았다. 앞서 2003년 KCC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집할 때는 현대중공업이 KCC 편에 서서 돕기도 했다.
허란/최진석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