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이 40명 정도 되는 한샘 ‘ik TR’ 소속 직원이 매장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한샘 제공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이 40명 정도 되는 한샘 ‘ik TR’ 소속 직원이 매장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한샘 제공
지난해 가구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한샘의 임직원들이 지난 3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가구를 기증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이었다. TV 화면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등장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로 알려진 1993년 삼성 신경영 선언 장면이었다.

한샘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 회장의 연설을 함께 들었다”고 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성공한 삼성의 DNA를 한샘 문화에 접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기업문화 배운다

한샘은 2008년 4000억원대였던 매출을 지난해 1조원으로 끌어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뚫고 이뤄낸 성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매출 10조원, 100조원 회사로 계속 발전하려면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경영진은 판단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삼성이다.

한샘은 지난 5월 인사혁신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중소기업 시절의 기업문화를 바꾸고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인사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다. 이 TF에는 가재산 피플스그룹 대표가 참여했다. 가 대표는 삼성에서 인사담당 임원을 지냈고, 삼성의 인재경영에 관한 책을 쓴 전문가다.

가 대표는 TF에서 삼성의 성공한 인사정책을 한샘에 어떻게 접목할지 컨설팅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할 것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이에 앞서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지낸 장상수 일본아세아대 특임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장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인사조직실장으로 일한 인사노무 분야 전문가다. 최근에는 삼성 금융계열사 출신 인사전문가를 인사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한샘은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를 벤치마킹해 경영진을 해외에 연수시키고 있다. 한샘 사내 등기이사 중 강승수 사장은 중국 상하이에 1년간 머물다 최근 돌아왔다. 강 사장은 임원 2명과 함께 중국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들었다. 이들은 앞으로 한샘의 중국 진출 전략을 책임질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미래 시장을 담당할 사람이 현지에서 전략을 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과거 해외 진출에 앞서 지역전문가를 육성했던 과정과 비슷하다. 삼성처럼 일반 직원들을 대규모로 보낼 수 없는 한샘이 대안으로 핵심 경영진을 해외로 보낸 것이라고 한샘 관계자는 설명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한샘은 파격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을 ‘ik TR’이라는 조직에서 실험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규직 딜러’들은 정해진 지역의 인테리어 사업자와 관계를 맺고 리모델링에 필요한 부엌, 마루, 욕실 등에 쓰이는 건자재를 공급하는 일을 한다. 이들의 연봉과 승진은 성과에 전적으로 연동된다. 2011년 말 입사한 황순재 대리는 부산지역을 맡아 사업을 크게 확대해 연봉 1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전체 ik TR 직원 420명 가운데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직원은 40명 정도다. 상위 30%는 9000만원 이상, 50%는 약 8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1년차 연봉은 4000만원에서 8000만원 수준이다.

승진도 빠르다. 대리가 되는 데 평균 5년가량 걸리지만, 황 대리를 비롯한 8명은 3년 만에 대리를 달았다. 9년 걸리는 과장 보직을 5년 만에 받은 사람도 5명이나 된다. 삼성식 인센티브와 특진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다.

최 회장은 “도전하지 않는 인재는 필요가 없고, 도전해서 성취한 인재에게는 대가를 지급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