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일선 정부부처의 ‘엇박자 정책’도 많다.

대표적인 게 행정자치부가 지난 9월 입법 예고한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30여년간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에 ‘취득세 전액 면제, 재산세 5년간 50% 감면’을 부여해왔는데, 이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게 행자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투자 막는 정부·국회·법원 '엇박자'] 산업단지 내년부터 稅부담 급증
예를 들어 현재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토지·건물에 대한 취득세를 100% 감면해주던 혜택을 내년부터 2년간 50%만 감면해주고, 2017년부터는 아예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단지에서 10억원 상당의 토지를 분양받은 중소기업을 가정해보자. 현행 취득세율은 4.6%(교육세, 농특세 포함)이지만, 이 기업은 올해까지 취득세 100% 감면 혜택에 따라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취득세 감면분(4억원)의 20%에 부과되는 농특세 800만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취득세 2300만원과 취득세 감면분에 대한 농특세 400만원 등 총 2700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보다 1900만원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게다가 2017년부터는 3800만원으로 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취득세와 별개로 토지·건물에 붙는 재산세 부담도 급증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현장에선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투자하기로 한 LG그룹 등 올해 산업단지 입주계약을 맺거나 건물을 짓고 있는 많은 기업이 내년 이후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 최근 평택 고덕산업단지 289만㎡ 부지에 반도체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 세제 혜택이 줄면 삼성전자는 155억원의 취득세와 농특세 등 부가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짤 때 예상하지 못했던 세 부담이 발생했다”며 “대기업들은 그나마 자금력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산업단지 세금 감면 축소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입주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중국, 베트남 등에 비해 국내 입지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줄이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정책을 펴도 시원찮은데, 주던 혜택마저 없애서야 누굴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