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장 "런플랫 타이어 시험주행하다 車 뒤집히기도 했죠"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run-flat) 타이어 주행시험을 하다가 자동차가 뒤집히면서 운전자가 차 안에 거꾸로 매달리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목숨을 건 노력이 기술력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이상주 소장(연구개발부문장·전무·사진)은 한국타이어가 최근 BMW 미니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 신차용 런플랫 타이어를 공급하게 된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런플랫 타이어는 펑크가 나도 시속 80㎞ 이상으로 100㎞ 안팎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고성능·고부가가치 타이어다. 바람이 빠진 상태에서도 달릴 수 있을 정도의 탄력과 일반 타이어 못지 않은 승차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런플랫 타이어 상용화는 타이어 회사의 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불린다.

이 소장은 “다른 회사도 런플랫 타이어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차에 공급하는 건 완성차 업체의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BMW의 핸들링, 벤츠의 승차감처럼 각 회사가 강조하는 특성까지 맞춰야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할 수 있다.

BMW와 벤츠는 그동안 자국 업체인 콘티넨탈 타이어를 많이 써 왔다. 한국타이어는 기술력으로 그 장벽을 뚫어낸 것이다. 이 소장은 “이번에 BMW와 벤츠에 공급하는 런플랫은 개발에 5년이 걸린 3세대 제품이지만 그 이전 과정까지 더하면 20년 넘게 준비했다”며 “시험용 차량을 수십 대 폐차하고 운전자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투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기존 중앙연구소 부근에 27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연구개발(R&D)센터인 테크노돔을 짓고 있다.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하는 700여명의 R&D 인력을 테크노돔 개소 후에는 14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소장은 “테크노돔 건설은 단순한 시설 투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미국 구글 본사와 같은 연구 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대전=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