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최고 숙성법 찾는데 김치 5t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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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 김장철 대목 맞은 삼성 김치냉장고 광주공장
냉장고 칸마다 금속으로 감싸
장독대처럼 온도변화 최소화
김치통에 숙성도 측정 센서도
냉장고 칸마다 금속으로 감싸
장독대처럼 온도변화 최소화
김치통에 숙성도 측정 센서도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삼성전자 냉장고 생산라인. 18일 찾은 이곳에선 요즘 김장철을 맞아 19초마다 1대씩, 매일 2000여대의 김치냉장고를 생산하고 있었다. 생산라인을 총괄하는 김광덕 상무는 “11월엔 하루 10시간씩 2교대로 일해도 소화하지 못할 만큼 물량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에 내놓은 승부수는 ‘메탈’이다. 김치를 장독에 담아 땅속에 묻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김치냉장고 칸칸을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등 금속으로 감쌌다. 제품명을 ‘메탈 그라운드’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이를 통해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도 내부 온도 변화를 ±0.3도 이내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온도 편차가 0.2도만 커져도 김치가 15%나 더 숙성하기 때문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김치냉장고 개발팀이 금속 재질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지난해 내놓은 제품은 김치통 밖에 캡슐을 하나 더 씌우는 방법으로 정온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김치를 꺼내기 위해 캡슐에 이어 김치통을 다시 열어야 해 불편했다. 그래서 캡슐을 없애는 대신 냉기 전달력이 뛰어난 금속을 쓰기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김치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어떤 두께로 어떤 소재의 금속을 써야 김치를 익히는 데 가장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또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배추김치 외에도 묵은지, 깍두기, 저염 김치 등 다양한 김치에 맞는 숙성기술을 확보해야 했다. 결국 먹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개발팀은 금속판 두께, 온도 등 다양한 변수를 설정하고 직접 김치를 익힌 뒤 시식했다. 이날 방문한 연구실에도 수십대의 냉장고에 갖가지 김치들이 보관돼 있었다. 이명주 책임연구원은 “김치를 먹고 빵 같은 것을 씹어 입을 씻어낸 뒤 다시 김치를 먹기를 몇 달이나 반복했다”며 “실험용으로 쓴 김치가 5t이 넘는다”고 말했다. 결국 여섯 종류의 김치를 익히는 최적의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담았다.
개발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관통마다 담겨 있는 김치가 어느 정도 익었는지 볼 수 있는 센서도 달기로 했다. 설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쉰 듯한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팀은 연구를 통해 김치가 익을수록 초산이라는 성분을 많이 뿜어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메탈 그라운드’에 포함된 김치통에는 이 센서가 각각 달려 있다.
김치냉장고는 국내에서만 팔리는 제품이지만 시장 규모는 작지 않다. 매년 1조원어치의 김치냉장고가 팔리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풍년으로 배추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다 교체 수요가 몰리면서 예년보다 시장 규모가 1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각 사가 치열한 김치냉장고 신제품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광주=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삼성이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에 내놓은 승부수는 ‘메탈’이다. 김치를 장독에 담아 땅속에 묻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김치냉장고 칸칸을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등 금속으로 감쌌다. 제품명을 ‘메탈 그라운드’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이를 통해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도 내부 온도 변화를 ±0.3도 이내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온도 편차가 0.2도만 커져도 김치가 15%나 더 숙성하기 때문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김치냉장고 개발팀이 금속 재질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지난해 내놓은 제품은 김치통 밖에 캡슐을 하나 더 씌우는 방법으로 정온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김치를 꺼내기 위해 캡슐에 이어 김치통을 다시 열어야 해 불편했다. 그래서 캡슐을 없애는 대신 냉기 전달력이 뛰어난 금속을 쓰기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김치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어떤 두께로 어떤 소재의 금속을 써야 김치를 익히는 데 가장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또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배추김치 외에도 묵은지, 깍두기, 저염 김치 등 다양한 김치에 맞는 숙성기술을 확보해야 했다. 결국 먹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개발팀은 금속판 두께, 온도 등 다양한 변수를 설정하고 직접 김치를 익힌 뒤 시식했다. 이날 방문한 연구실에도 수십대의 냉장고에 갖가지 김치들이 보관돼 있었다. 이명주 책임연구원은 “김치를 먹고 빵 같은 것을 씹어 입을 씻어낸 뒤 다시 김치를 먹기를 몇 달이나 반복했다”며 “실험용으로 쓴 김치가 5t이 넘는다”고 말했다. 결국 여섯 종류의 김치를 익히는 최적의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담았다.
개발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관통마다 담겨 있는 김치가 어느 정도 익었는지 볼 수 있는 센서도 달기로 했다. 설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쉰 듯한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팀은 연구를 통해 김치가 익을수록 초산이라는 성분을 많이 뿜어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메탈 그라운드’에 포함된 김치통에는 이 센서가 각각 달려 있다.
김치냉장고는 국내에서만 팔리는 제품이지만 시장 규모는 작지 않다. 매년 1조원어치의 김치냉장고가 팔리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풍년으로 배추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다 교체 수요가 몰리면서 예년보다 시장 규모가 1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각 사가 치열한 김치냉장고 신제품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광주=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