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셰일혁명 등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에 빠졌지만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오일뱅크는 9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 규모 가장 작지만 생산단가 낮아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3분기 매출 4조6582억원과 영업이익 391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1792억원으로 흑자였다. 외형이 2~3배 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이 정유사업 부문에서 3분기까지 각각 4060억원, 4015억원, 392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악의 업황 속에서 영업이익률도 1%대를 지켜내 2011년부터 4년째 업계 영업이익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경쟁사보다 원유정제 설비 규모가 작지만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값이 싼 벙커C유 등 중질유를 다시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를 생산하는 고도화 물량이 하루 14만3000배럴에 이른다. 하루 원유 정제량(39만배럴) 대비 고도화 시설에서 생산하는 비율인 고도화 비율은 36.7%로, 이 부문 업계 1위다. 정유사는 이 비율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

생산 비용을 낮춘 것도 힘이 됐다. 이 회사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원유정제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는 찌꺼기인 코크스를 연료로 증기와 전기를 만들어 공장을 돌리는 보일러 2대를 2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다. 저유황 중유(벙커C유)를 쓸 때보다 비용을 50%가량 낮출 수 있어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내고 있다.

원유 도입을 중동에만 의존하지 않고 남미와 북해산 현물을 낮은 가격에 사들여 원가를 낮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원유는 50여종이지만 현대오일뱅크는 80여종으로 훨씬 다양하다. 유황 등이 많아 정제가 까다롭지만 값이 싼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최신식 정제 설비를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셸과 합작한 윤활기유 공장이 하반기 가동을 시작해 수익기반이 더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