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 수 있는 그린폴을 연구하고 있다. SK 제공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 수 있는 그린폴을 연구하고 있다. SK 제공
신개념 R&D로 그룹가치 300조 도전
SK그룹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명실공히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 SK그룹은 ‘신기술’을 발판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룹 가치 300조원 달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5개 그룹 상장 계열사의 전체 수출액은 76조7322억원. 1953년 그룹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내수(71조1732억원)를 초과했다. 이 바탕에는 ‘신개념 연구개발(R&D)’이 자리하고 있다.

SK는 ‘연구만을 위한 연구’는 사절한다. 사업화를 최종 목표로 두고 R&D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부가가치 생산이 가능한지가 R&D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 감각이 반영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사업부서 실무자들이 R&D에 참여하고 있다.

SK의 이런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SK에너지는 2011년 다량의 염분이 함유된 원유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유수분리 기술을 개발했다. 고염분 원유는 정제가 어려워 일반 원유보다 싸게 거래되지만 이런 정제 기술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원유를 수입해야 한다. 이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SK에너지는 유수분리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중동, 아프리카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의 고염분 원유를 도입해 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을 텄다. 종전보다 수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SK에너지는 고염분 원유 정제기술 외에도 고칼슘 원유, 고산도 원유 등 ‘처리 제약 원유’ 정제기술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처리 제약 원유 정제기술은 안정적인 원유 확보를 가능케 해 수출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안보 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SK루브리컨츠는 2011년 3월 세계 최초로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 제조공정 기술을 개발해 세계 23개국에서 특허를 취득했다. 초고점도지수 윤활기유는 열대지역과 같은 고온지역이나 시베리아 같은 극한지역에서도 일정 수준의 끈적이는 점도를 유지하는 제품으로, 프리미엄 윤활유의 원료가 된다.

SKC는 2011년 상반기에 생분해성 양방향수축필름 등 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생분해성 양방향수축필름은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필름으로, 온도와 습도만 맞으면 4주 만에 썩는 친환경 제품이다. 수축성까지 더해져 제품 포장시 더 잘 밀착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SK는 ‘녹색기술 7대 중점 R&D 및 사업화 과제’를 정해 환경과 미래성장동력을 함께 확보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7대 과제는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 등이다.

이 중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무공해 석탄에너지는 막바지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장 굴뚝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기술인 그린폴, 석탄을 청정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인 그린콜 등이 그것이다. 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을 원재료로 핸드백과 지갑 등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면서 석유화학 제품과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기술로 활용가치가 높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SK는 베이징자동차 등과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워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는 등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리튬이온분리막(LiBS)을 비롯한 정보전자소재 사업도 순항 중이다. 특히 리튬이온분리막 등 정보전자소재 누적 매출은 6000억원을 넘어섰고, 전 세계 노트북과 휴대폰 5대 중 1대에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이 사용되고 있다.

R&D에 대한 투자도 증가세다. 2012년 6600억원에서 지난해 7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7500여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과감한 R&D 투자로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기업가치를 키워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