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시대] "후강퉁 시행, 韓·亞서 자금 이탈"
“후강퉁 시행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함께 한국 주식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브 맥도넬 스탠다드차타드그룹 글로벌 주식담당 대표(전무·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후강퉁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판도를 바꿔놓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플라자합의란 당시 달러 강세를 시정하기 위해 주요국 재무장관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결정으로 이후 엔화 초강세를 몰고온 사건을 말한다.

맥도넬 대표는 “중국 증시 개방으로 본격적인 ‘제로섬 게임’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중국 증시로 쏠리면서 한국과 다른 아시아 증시에서는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엔화 약세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강퉁 시행에 따른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맥도넬 대표는 “2005년 시작된 중국의 경기 둔화가 202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한국 주식시장에도 여전히 투자 기회가 있다고 봤다. 우선 외국인 매도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엔화 약세의 충격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가가 크게 하락한 점도 한국 증시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가가 20달러 하락할 때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0.5%가량 높아진다는 점에서 유가 하락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맥도넬 대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1차 금리인상 이후엔 변동성이 줄면서 주가도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단기적인 변동성 장세를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