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새로 내놓은 위안화 정기예금 상품이 예상과 달리 초반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연 3% 수준의 고금리를 내세웠지만 환율 변동 위험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6일 내놓은 ‘글로벌 위안화 예금’ 가입 금액은 지난 12일까지(5영업일) 76만달러(약 8억3000만원)에 그쳤다. 연 3.08%(13일 기준)의 고금리로 재테크 수요를 끌어모을 것이라는 예측과 다른 성적이다. 12일 내놓은 외환은행의 ‘하이 차이나 위안화 정기예금’도 첫날 가입 금액이 약 50만달러(약 5억5000만원)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이 예금의 금리는 연 3.1%이며 3억위안(약 536억원) 한도로 연말까지 판매한다.

원화 정기예금보다 1%포인트가량 높지만 환율 변동 위험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고금리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금 손실 위험 때문에 가입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예금할 때 금리가 1%포인트 높으면 1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지만 만약 환율이 3% 내려가면 300만원을 손해보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은 변수가 너무 많아 개인이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위안화는 특히 생소한 통화라서 가입을 망설이는 것 같다”며 “연말에는 수출입대금결제 수요로 환율 변동 가능성이 더 큰 것도 실적 부진의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들 상품은 기존에 있던 기업 결제자금 용도의 위안화 예금 상품보다 금리를 높이고 대상도 개인으로 확대한 것이다. 고정현 우리은행 상품개발부장은 “위안화 예금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역내 위안화(CNY)에서 역외 위안화(CNH)로 위안화 거래 기반을 바꿔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다”며 “중국 본토에서만 거래되는 CNY와 달리 CNH는 자금의 효율적 운용이 가능해 금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