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올레드 TV 디자인팀의 김유석 수석(왼쪽부터)과 허병무 수석, 김상기 주임, 김태호 책임이 65인치형 울트라 올레드 TV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올레드 TV 디자인팀의 김유석 수석(왼쪽부터)과 허병무 수석, 김상기 주임, 김태호 책임이 65인치형 울트라 올레드 TV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올레드 TV를 디자인하는 것은 짜릿하죠. LCD TV보다 더 얇고 세련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LG전자 올레드 TV 디자인팀의 김유석 수석, 허병무 수석, 김상기 주임, 김태호 책임은 올레드 TV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올레드 TV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라는 광원 없이 자체적으로 발광하기 때문에 더 얇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김 수석은 지난 8월 LG전자가 출시한 UHD(초고화질)급 올레드 TV를 디자인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TV는 휴대폰 등 다른 제품에 비해 디자인이 단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시간이 1년씩 걸리지 않는다. 올레드 TV는 회사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해가는 차세대 전략 제품인 만큼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김 수석은 “회사 측에서 올레드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얇게 만들라고 지시해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일단 올레드는 패널 자체는 얇지만, UHD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서인지 회로부가 상당히 컸다. 이대로는 어렵겠다 싶어 김 수석과 팀원들은 설계팀을 몇 달 동안이나 찾아가며 회로까지 다시 그렸다.

김 수석은 올레드 TV 디자인의 핵심은 “화면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특히 올레드는 LCD보다 압도적인 화질이 강점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화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화면 높이, 베젤(테두리)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TV가 꺼졌을 때도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고충도 컸다. 최근 TV가 대형화, 고급화하면서 단순 전자제품이 아니라 일종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구로 만들려면 디자인을 화려하게 해야 하지만 그러면 화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며 “불필요한 디자인은 최소화하는 대신 좋은 소재와 정교한 마무리를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LG가 만드는 TV 디자인의 핵심 정신은 플로팅(floating)”이라며 “화면이 시청자의 눈앞에서 가상현실처럼 떠올라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LG가 올레드 TV를 전략 제품으로 내세워 다양한 크기를 개발하면서 올레드 TV 디자인팀의 업무가 더욱 많아졌다. 흔히 똑같은 모양인데 크기만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만 그는 “크기가 달라지면 디자인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훨씬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TV 크기가 70인치를 넘으면 기존처럼 장식장 위에 놓지 않고 아예 바닥에 놓는다든지, 벽에 걸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화면이 무거워지면 스탠드 모양도 바뀌어야 한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거의 매주 각종 가구 및 전자 전시회를 다니며 안목을 키우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팀원들은 “올레드 TV 디자인에 참여한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올레드 TV와 LCD가 싸우는 것은 마치 첨단 무기를 갖고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상대방과 싸우는 느낌”이라며 “전에 없던 모양과 두께,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