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까르띠에 지고 태그호이어·론진 뜨고
국내 시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른바 ‘엔트리 워치(entry watch)’로 불리는 중가 브랜드 시계들이 20~30대 남성들의 구매에 힘입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대표 주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태그호이어와 스와치그룹의 론진이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올해 1~7월 내국인 시계 매출 1위는 태그호이어(601만6370달러), 3위는 론진(35만9419달러)이었다.

태그호이어는 2010년까지만 해도 3위에 불과했으나 2011~2012년 2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지난해 까르띠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샤넬·까르띠에 지고 태그호이어·론진 뜨고
오명훈 롯데백화점 해외패션MD팀 상품기획자(MD)는 “태그호이어는 시계 마니아만 아는 브랜드가 아니라 이미 대중화된 명품”이라며 “합리적인 가격대로 20~30대 회사원들이 출근용, 혼수용으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론진은 지난해 3위로 롯데면세점 빅5에 진입했다. 올해도 오메가, 롤렉스 등 전통의 강자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신라면세점에서도 2011년 4위, 2012년 2위, 2013년 2위였다가 올해 1~7월 까르띠에 오메가 롤렉스 IWC를 제치고 내국인 명품 시계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주요 백화점에서도 엔트리 워치를 즐겨 차는 젊은 층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20~30대 전년 대비 명품 시계 매출이 2011년 40.3%, 2012년 35.2%, 2013년 34.7% 증가하는 등 매년 30~40%씩 늘어났다.

이석원 현대백화점 명품시계 담당 바이어는 “20~30대 남성 소비자들이 패션 소품으로 명품 시계를 활용하고 있다”며 “바쉐론 콘스탄틴, 롤렉스, IWC, 오메가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브랜드보다 가격 접근성이 좋은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프레데릭 콘스탄트 등을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젊은 층은 ‘성공한 사업가’의 상징이 아니라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명품 시계에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통의 강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까르띠에는 2010년 874만5486달러(약 96억79만원)였던 롯데면세점 내국인 매출이 지난해 541만7460달러(약 59억4728만원)로 줄어들었다. 올해 1~7월 내국인 매출도 태그호이어의 절반 수준인 311만7195달러(약 33억2205만원)에 그쳤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도 2010~2012년 3년 연속 1위였다가 지난해부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편 출국하는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입품의 총 한도액은 3000달러(약 329만3400원)다. 내국인이 입국할 때 들여오는 물품에 대한 면세 한도액은 해외·국내 제품을 포함해 600달러(약 65만8680원)다. 이 금액을 넘기면 차액에 해당하는 세금이 부과된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