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한 공간에서 같이 살다 보면 서로 물이나 공기와 같이 그 존재감이 잘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그러나 가끔씩은 일상생활에서 본인이 수행하기에는 힘에 부치거나 어색한 일을 아내 혹은 남편이 대신 처리해 주어 배우자의 존재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당연히 배우자가 있다는 게 다행으로 느껴진다.

우리나라 부부들은 일상생활 중 배우자가 어떤 일을 해줄 때 그 존재감이 돋보일까.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돌아온 싱글(이하 '돌싱'으로 표기) 남성은 아내가 자녀, 특히 딸의 멘토역할을 해줄 때, 그리고 여성은 남편이 무거운 짐을 들어줄 때 각각 배우자가 옆에 있어 든든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대표 손동규)와 공동으로 3일∼8일 전국의 (황혼)재혼 희망 돌싱남녀 526명(남녀 각 263명)을 대상으로 전자메일과 인터넷을 통해 '전 배우자와 결혼생활 중 일상생활에서 배우자의 존재감이 가장 부각됐을 때'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남성은 응답자 3명 중 한 명꼴인 33.5%가 '자녀, 특히 딸에게 멘토역할 해줄 때'로 답했고, 여성은 32.3%가 '무거운 짐 들어줄 때'로 답해 각각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

그 뒤로는 남성의 경우 '옷 살 때'(29.7%)와 '값을 깎을 때'(17.9%), 그리고 '운전 해줄 때'(14.8%) 등의 대답이 이어졌고, 여성은 '전등교체 및 못을 박아줄 때'(25.1%)라는 대답이 두 번째로 많았고, '운전 해줄 때'(20.2%)와 '자녀, 특히 아들에게 멘토역할 해줄 때'(16.0%) 등의 대답이 그 뒤를 이었다.

손동규 대표는 "가정생활을 하다보면 잡다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며 "자녀에게 멘토역할을 할 때 아들은 아버지가, 딸은 어머니가 해주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고, 무거운 짐이 있을 때 남편이 들어주면 아내로서는 고맙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돌싱男 46%, 전 배우자는 '장점과 단점이 비슷했다'

한편 '이혼을 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된 지금 생각해 볼 때 전 배우자의 장단점 비율'에 대해서는 남녀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은 '장단점이 비슷했다'는 대답이 46.4%로서 가장 많고, '단점이 더 많았다'('단점이 훨씬 더 많았다' 34.6%, '단점이 다소 많았다' 11.0%)는 대답이 45.6%로서 바짝 뒤따랐다.

그러나 여성은 '단점이 더 많았다'('단점이 훨씬 더 많았다' 53.6%%, '단점이 다소 많았다' 10.3%)고 답한 비중이 63.9%로서 28.5%의 '장단점이 비슷했다'를 크게 앞섰다.

'장점이 다소 많았다'는 대답은 남성 8.0%, 여성 7.6%에 그쳤다. '장점이 훨씬 많았다'는 대답은 남녀 공히 단 한명도 없었다.

자세한 응답순위를 보면 남성은 '장단점이 비슷했다' - '단점이 훨씬 많았다'의 순으로 상위 1, 2위를 차지했으나, 여성은 '단점이 훨씬 많았다'에 이어 '장단점이 비슷했다'의 순이다. 그 이하는 남녀 모두 '단점이 다소 많았다' - '장점이 다소 많았다'의 순을 보였다.

노은영 비에나래 상담 컨설턴트는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사해 보면 항상 남성보다는 여성의 만족도가 낮게 나온다"며 "최근 이혼을 먼저 제기하는 비율도 여성이 높은데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문결과를 해석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