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경영 일선 복귀 '초읽기'
최금암 경영기획실장(부사장)은 여천NCC 대표로 옮겨가고, 김충범 비서실장(부사장)은 그룹 야구단인 한화이글스 대표로 내정됐다. 그룹 수뇌부 교체로 강도 높은 사업 재편과 인적 쇄신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화학 금융 등 주력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연말 정기인사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단행된 인사인 만큼 김승연 한화 회장(사진)이 조만간 복귀해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회장이 금 전 사장을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판단해 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룹 사령탑 전격 교체
그룹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국내외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금융과 태양광 등 주력사업이 답보 상태에 있는 만큼 변화와 혁신을 위해 오랜 경험을 두루 축적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금 신임 실장이 성장 정체에 맞닥뜨린 한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게 그룹 내 평가다. 초대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만큼 그룹 사정을 잘 꿰뚫고 있는 데다 글로벌 업무경험이 많은 인사로 꼽힌다. 그룹 내 대표적인 기획·영업통으로 한화의 장기 비전을 마련하는 데 역할을 해 왔다.
금 실장은 대구 계성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8년 (주)한화에 입사했다. 2002년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지원팀장과 2004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2007년부터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4년간 지냈다. 경영기획실장 재직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고, 2011년부터는 한화차이나 사장으로 일하며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4년 대한생명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하며 누적적자를 단기간에 해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어려움에 처한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재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말 임원 인사 폭 커질듯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한화그룹은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사업 재편에 나선다.
그룹 관계자는 “금 실장이 내정되자마자 경영기획실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며 “금융 태양광 석유화학 레저 등 그룹 사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12월 말로 예정된 그룹 임원 인사 폭도 예년보다 넓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도 예고돼 있다.
그룹 사업재편에도 속도가 붙었다. 한화는 올 들어 첨단소재 및 태양광 사업 강화, 비주력사업 정리 등 사업재편을 추진해 왔다. 한화L&C의 건재부문과 드림파마를 매각했고 호주 태양광업체인 엠피리얼과 국내 화학업체인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했다. 한화솔라원 한화큐셀 등 태양광 계열사의 대규모 신·증설도 진행 중이다.
◆김승연 회장 복귀 당겨지나
금 실장의 복귀 배경에는 경영복귀설이 나도는 김승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 실장은 오랜 기간 김 회장을 보필해 온 최측근 중 한 명이다. 김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는 평가다. 그룹 태양광사업의 축인 한화솔라원 인수작업과 중국 사업을 위해 2011년 신설한 한화차이나의 초대 사장을 금 실장에게 맡겼을 정도다. 김 회장은 이달 중으로 법원의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이행할 것으로 알려져 경영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김 회장의 건강 등을 감안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