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겨울 기도 1 (마종기1939~ )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시집 《그 나라 하늘빛》(문학과지성사)中

입동이 지나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아침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일터로 발길을 재촉하고, 하루를 마치면 저마다의 작은 방으로 들어갑니다.

제 몸 하나 뉠 방과 따뜻한 이불 한 벌의 안도감은 이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목메게 할 때가 많지요. 이 작은 기도는 추위가 몰고 오는 결핍 속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어려움도 돌아보라는 작은 울림을 줍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