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 달러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최고치를 갈아치운 뉴욕증시와 유럽증시 상승의 온기에 지수는 소폭 상승했지만 외국인의 ‘팔자’는 멈추지 않았다. 배당 매력이 크지 않은 한국 시장에 부진한 실적과 달러 강세까지 겹쳐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돈 빼는 외국인

7일 코스피지수는 3.39포인트(0.18%) 오른 1939.87에 장을 마쳤다. 지난 4일 이후 4거래일째 1930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파르게 오른 원·달러 환율 영향이 컸다. 이날 1080원대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종가 1093원70전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은 30원가량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91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추가 양적 완화 발표 시기에 깜짝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뒤 점차 그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영향이 작아지고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달러 강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요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달 들어 주요 신흥국 중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된 곳은 한국과 남아공뿐이었다. 한국에서는 2억1600만달러가 유출됐지만 대만엔 6억7800만달러, 인도엔 2억38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외국인의 외면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손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경덕 메릴린치증권 상무는 “환율뿐 아니라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안 좋아 한국은 현재 외국인들의 관심 밖”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눈길을 끄는 주주 환원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증권 관계자도 “실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가장 주시하고 있다”며 “비슷한 상황에서도 대만을 선호하는 것은 배당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매도 행보 속에서도 순매수한 종목은

이렇게 매도 물량을 내놓는 가운데서도 외국인이 대규모로 순매수한 종목들은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거나 올 들어 낙폭이 컸던 종목으로 나뉘었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매수세는 이익전망이 상향되거나 낙폭이 컸던 업종 중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높아진 종목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 호조 종목으로는 LG전자(887억원) SK하이닉스(691억원)에 대한 관심이 컸다. 낙폭 과대 업종 중에서는 차별화된 기술로 성장성이 있는 종목들을 택했다. 순매수 상위에 자리한 삼성SDI(987억원) GS건설(417억원) 현대제철(351억원) 현대미포조선(236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용 2차전지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강지연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