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삼성SDS 공모주 청약에 대거 몰렸다. 초저금리 시대에 증시 침체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보유한 목돈을 삼성SDS 공모에 쏟아넣었다.

공모 마지막날인 6일에는 조금이라도 배정 주식 수를 늘려보려는 투자자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점 영업부를 찾은 한 50대 남성은 “증권사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한 시간 넘게 알아본 뒤 경쟁률이 가장 낮은 한국투자증권에 와서 청약했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돈뭉치’도 눈에 띄었다. 한국투자증권 영등포지점의 유정진 관리팀장은 “한 60대 여성은 5000만원 규모의 현금다발을 들고 와 청약했다”고 전했다.

삼성SDS 공모에 뭉칫돈이 몰린 것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데다 주식시장도 시계 제로여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점을 찾은 한 60대 주부는 “은행 금리도 낮고 주식도 장이 너무 안 좋아 돈을 굴릴 곳이 마땅찮아 공모 청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SDS의 공모가가 장외 거래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정해지면서 상장 후 두 배 가까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한 청약 증권사 관계자는 “로또와 같은 대박을 기대하고 빚까지 내 청약에 나선 투자자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포기하는 투자자들도 나타났다. 김연수 동부증권 을지로금융센터장은 “1억원을 넣어도 7주밖에 못 받기 때문에 청약을 포기하는 고객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청약자들은 공모주를 배정받고 남은 증거금을 오는 10일 환급받는다. 증권업계에서는 15조원에 달하는 환급금이 부동자금으로 남아 연말에 몰린 다른 공모에 다시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희주 하나대투증권 대치동지점 영업소장은 “공모 규모로 삼성SDS를 뛰어넘는 제일모직(1조2900억~1조5200억원) 공모주 청약이 다음달 10~11일 진행된다”며 “연말에 30개 안팎의 공모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도원/김희경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