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 거리 > 중국 선전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가 화창베이(華强北) 거리로도 유명하다. 각종 부품부터 스마트폰 완제품과 ‘짝퉁’ 제품까지 판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 세계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 거리 > 중국 선전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가 화창베이(華强北) 거리로도 유명하다. 각종 부품부터 스마트폰 완제품과 ‘짝퉁’ 제품까지 판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중국 선전시 난산 지구의 ‘OCT 로프트’. 오래된 창고들을 개조해 문화·기술 협업공간으로 만든 지역이다. 하드웨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 ‘시드스튜디오’의 해커스페이스가 여기에 있다. 오후 8시가 지난 늦은 시간인데도 이곳에서는 하드웨어 창업자들이 프로토타입 테스트에 여념이 없었다. 케빈 라우 시드스튜디오 실장은 “수많은 하드웨어 창업자들이 이곳에서 꿈을 키운다”며 “벌써 수차례 펀딩을 받아 큰 회사로 자란 곳도 많다”고 했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중국의 제조 벤처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 제조업의 ‘성지’로 이름난 선전시가 있다. 선전시는 계획 도시다. 30여년 전만 해도 홍콩 근처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1980년 덩샤오핑 개방 정책에 따라 중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홍콩의 제조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장이 무수히 생겨났다.

공장, 부품 공급상, 외국계 기업 등 정보기술(IT) 제조업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자들이 선전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하드웨어 생태계는 오늘날 하드웨어 벤처기업 육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전시 인근의 공장들은 하드웨어 창업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100~1000개에 달하는 소규모 제품 생산을 돕는다. 중국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의해 창업자들은 세제 혜택도 받는다. 시내에는 각종 하드웨어 부품부터 스마트폰 완제품까지 전자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 파는 세계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華强北)’도 있다.

제품 아이디어만 있으면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제품을 만든다. ‘짝퉁’을 빠르게 베끼는 기술력이 그대로 혁신에 적용된다. 선전 사람들은 선전의 하드웨어 생태계가 ‘산자이(山寨)’ 정서에 기반한다고 말한다. 모방·신속·민간을 특징으로 하는 산자이는 모방에서 시작해 원작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창업지원기관(액셀러레이터)인 ‘핵슬러레이터’, 시드스튜디오 등이 선전에 있다.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거대 IT 기업 본사도 이곳에 있다. 창업자들은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한 뒤, 대기업 제휴까지 노릴 수 있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은 올해 차세대 혁신 동력으로 하드웨어 벤처 육성을 내세우고 하드웨어 지원 기관인 ‘이노콘’을 세우는 등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하드웨어 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올여름 서울 삼성동에 세워진 ‘액트너랩’이 유일하다. 입주 기업을 모집하는 걸음마 단계다. 국내 창업자들이 기획과 프로토타입 제작 단계를 넘어서면 중국에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은 네트워킹에는 유리한 반면 소규모 제작을 돕는 공장 등 하드웨어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발달해도 그 소프트웨어를 담는 그릇은 하드웨어”라며 “앞으로도 하드웨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