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 이자람.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 이자람.
“밴드 음악과 판소리의 작법은 완전히 달라요. 제 경우 판소리는 먼저 좋은 드라마(극)를 찾고 여기에 뿌리를 박은 다음 판소리라는 옷에 맞추는 식으로 만들죠. 반면 밴드 음악에선 기댈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요. 온전히 제 가사를 써야 곡을 쓸 수 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자람(35·사진)이란 이름 앞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예솔아/할아버지께서 부르셔’란 가사로 유명한 ‘내 이름 예솔아’를 부른 ‘원조 국민 여동생’이자 중요 무형문화재 5호인 판소리 가운데 ‘춘향가’와 ‘적벽가’를 이수한 국악인이다. 브레히트 희곡을 원작으로 판소리극 ‘사천가’와 ‘억척가’를 직접 만들고 공연해 대성공을 거뒀다. 뮤지컬 ‘서편제’의 주인공 송화 역과 연극 ‘당통의 죽음’의 광대 역으로 극찬을 받기도 했다.

"밴드하며 익힌 음악, 판소리에 큰 힘 되죠"
그뿐만이 아니다. 올해로 활동 10년째를 맞은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리더로 보컬과 기타도 담당하고 있다. 소리꾼 이자람이 무대 위에서 좌중을 휘어잡는 아티스트라면 ‘아마도이자람밴드’의 그는 세밀하고 복잡한 내면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관객에게 건네는 뮤지션이다. 이들은 오는 10일 오후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러시아워 콘서트’ 무대에 선다. 퇴근시간 직장인을 위한 LG아트센터의 기획 공연이다.

최근 서울 종로에서 만난 이씨는 “팬이 아닌 직장인들로 채워지는 공연이라 우리 노래를 도마 위에 올리는 기분”이라며 “말보다는 한 시간 꽉 차게 음악을 들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그에게 밴드는 일종의 ‘도피처’다. “다른 활동에 비해 밴드는 제가 관장하는 영역이 좁은 편이에요. 삶에 치이는 사람들끼리 모여 합주를 할 때 받을 수 있는 위로도 있고요.”

동시에 ‘공부의 장’이기도 하다. “밴드 활동에서 하는 고민이 판소리 작업과도 연결되더라고요. 여기서 공부한 편곡 기술이 판소리 쪽에서 쓰이기도 하죠. 전혀 다른 활동이지만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요.”

밴드 활동에서 가장 힘든 것은 가사를 쓰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 이 때문에 밴드 결성 이후 첫 미니 앨범이 나오기까지 5년이, 첫 정규 앨범까지 9년이 걸렸다.

“밴드 활동을 통해 ‘훌륭한 토양’(원작)이 없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배우고 있어요. 훗날 새로운 판소리를 만들 때 해야 하는 고민이기도 하죠.”

그가 ‘성공한 국악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국악을 하는 친구들의 관심은 제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성공했는지에요. 그런 친구들에게 ‘구질구질한 시간’을 잘 버텨내라고 말하죠. 스스로 굉장히 초라하고 방구석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시간이 있어요.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밴드 음악이 되고 ‘억척가’나 ‘사천가’가 되더라고요. 혹여 방구석에서 ‘찌질하다’고 느끼더라도 잘하고 있는 거예요.”

글=이승우 /사진=허문찬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