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조롱한 '아이폰6 대란'…하루만에 소비자 우롱한 '회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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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방통위원회 강력 제재 엄포에
판매점들, 개통취소·기기회수 문자
"줬다 뺏냐" 소비자들은 분통
경쟁본능 억제한 단통법이 원죄
방통위원회 강력 제재 엄포에
판매점들, 개통취소·기기회수 문자
"줬다 뺏냐" 소비자들은 분통
경쟁본능 억제한 단통법이 원죄
“모든 개통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현재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들이닥친다고 해 매장에서 도망나와 문자 드리는 겁니다. 신청하신 분들께 정말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지난 2일 서울 왕십리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아이폰6 16GB 제품을 산 김선정 씨(가명)는 3일 오전 황당한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 전날 구입한 아이폰6 개통이 취소됐다는 판매점의 문자였다. 출고가 78만9800원의 고가 제품을 18만원에 구입했다는 사실에 기뻤던 것은 하루뿐이었다. 추위에 떨며 판매점 앞에서 밤을 새워 줄을 섰던 것이 분통이 터졌다.
2일 새벽 벌어진 ‘아이폰6 대란’에 방통위가 강력 제재 의사를 밝히자 보조금 상한(최대 34만5000원)보다 더 싸게 아이폰6를 팔았던 판매점들이 급히 개통 취소·기기 회수에 나섰다. 전날 싼값에 아이폰 신제품을 구했다며 웃었던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폰6 시판 이후 일요일엔 ‘판매 대란’, 월요일엔 ‘회수 대란’이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모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탓이다.
○새벽까지 줄 서 산 아이폰6 ‘반납’
소비자가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아이폰6 16GB 모델의 최저가는 50만2300원이다. 출고가에 현재 통신사들이 책정한 최대 보조금(대리점 재량 보조금 포함) 28만7500원을 뺀 값이다. 지난 1일 저녁과 2일 새벽, 이 제품을 10만~2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정보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불법 보조금을 추가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싼값에 판다는 ‘좌표(판매점 장소)’를 공유하고 밤 늦게 집을 나섰다.
이른 새벽에 판매점 앞에 긴 줄이 생기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방통위는 2일 오후 3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임원을 긴급 호출해 강력 경고했다. 현장에는 시장조사관을 급파해 보조금 지급 방식·규모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해당 판매점들은 이미 아이폰6 16GB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취소 요청 문자를 보냈다. 예약 신청만 해 아직 휴대폰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개통 취소’, 현장에서 휴대폰을 직접 구입해 가져간 사람에게는 ‘기기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김씨도 이 문자를 받은 소비자 중 한 명이다.
○“불법보조금, 이번뿐 아냐”
소비자는 억울하게 됐다. 불법을 저지른 주체는 판매점 측이지 소비자가 아니다. 자영업자 법률상담 전문가인 이강진 변호사는 “소송을 걸면 소비자가 유리하지만 판매점 측에 충분한 자금이 없어 소비자가 이겨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 판매점주는 단통법 이후 불법 보조금 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단통법 시행 이후 똑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믿을 만한 사람들끼리만 알고 정보를 공유했다”며 “아이폰6 판매 경쟁이 치열해 표면화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통신 3사의 경쟁 과열과 함께 애플의 ‘끼워팔기’ 정책도 이번 대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비인기 모델을 일정량 이상 팔지 않으면 다른 모델을 공급하지 않는 계약이다. 국내 통신사와 맺은 이 계약 때문에 인기 모델인 64GB 물량을 받기 위해 16GB 기기를 무리하게 팔려다 이번 대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에서는 향후 1~2주간 물의를 일으킨 판매점을 조사하고 이후 한 달여간 전수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휴대폰 판매 경쟁은 대리점과 판매점의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단통법은 이 본질적인 경쟁의 생리를 억눌러 ‘불법’이란 낙인을 찍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가 없다. 제값 다 주고 물건을 산 소비자가 하루 만에 ‘호갱(호구 고객)’이 되는가 하면 싼값에 산 소비자가 구매 취소를 당하기도 한다. 시장의 가격경쟁을 정면으로 무시한 단통법 탓에 애먼 소비자만 피해를 입게 됐다.
김보영/김순신 기자 wing@hankyung.com
지난 2일 서울 왕십리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아이폰6 16GB 제품을 산 김선정 씨(가명)는 3일 오전 황당한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 전날 구입한 아이폰6 개통이 취소됐다는 판매점의 문자였다. 출고가 78만9800원의 고가 제품을 18만원에 구입했다는 사실에 기뻤던 것은 하루뿐이었다. 추위에 떨며 판매점 앞에서 밤을 새워 줄을 섰던 것이 분통이 터졌다.
2일 새벽 벌어진 ‘아이폰6 대란’에 방통위가 강력 제재 의사를 밝히자 보조금 상한(최대 34만5000원)보다 더 싸게 아이폰6를 팔았던 판매점들이 급히 개통 취소·기기 회수에 나섰다. 전날 싼값에 아이폰 신제품을 구했다며 웃었던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폰6 시판 이후 일요일엔 ‘판매 대란’, 월요일엔 ‘회수 대란’이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모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탓이다.
○새벽까지 줄 서 산 아이폰6 ‘반납’
소비자가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아이폰6 16GB 모델의 최저가는 50만2300원이다. 출고가에 현재 통신사들이 책정한 최대 보조금(대리점 재량 보조금 포함) 28만7500원을 뺀 값이다. 지난 1일 저녁과 2일 새벽, 이 제품을 10만~2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정보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불법 보조금을 추가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싼값에 판다는 ‘좌표(판매점 장소)’를 공유하고 밤 늦게 집을 나섰다.
이른 새벽에 판매점 앞에 긴 줄이 생기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방통위는 2일 오후 3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임원을 긴급 호출해 강력 경고했다. 현장에는 시장조사관을 급파해 보조금 지급 방식·규모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해당 판매점들은 이미 아이폰6 16GB 모델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취소 요청 문자를 보냈다. 예약 신청만 해 아직 휴대폰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개통 취소’, 현장에서 휴대폰을 직접 구입해 가져간 사람에게는 ‘기기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김씨도 이 문자를 받은 소비자 중 한 명이다.
○“불법보조금, 이번뿐 아냐”
소비자는 억울하게 됐다. 불법을 저지른 주체는 판매점 측이지 소비자가 아니다. 자영업자 법률상담 전문가인 이강진 변호사는 “소송을 걸면 소비자가 유리하지만 판매점 측에 충분한 자금이 없어 소비자가 이겨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 판매점주는 단통법 이후 불법 보조금 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단통법 시행 이후 똑같은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믿을 만한 사람들끼리만 알고 정보를 공유했다”며 “아이폰6 판매 경쟁이 치열해 표면화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통신 3사의 경쟁 과열과 함께 애플의 ‘끼워팔기’ 정책도 이번 대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비인기 모델을 일정량 이상 팔지 않으면 다른 모델을 공급하지 않는 계약이다. 국내 통신사와 맺은 이 계약 때문에 인기 모델인 64GB 물량을 받기 위해 16GB 기기를 무리하게 팔려다 이번 대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에서는 향후 1~2주간 물의를 일으킨 판매점을 조사하고 이후 한 달여간 전수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휴대폰 판매 경쟁은 대리점과 판매점의 생존 본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단통법은 이 본질적인 경쟁의 생리를 억눌러 ‘불법’이란 낙인을 찍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가 없다. 제값 다 주고 물건을 산 소비자가 하루 만에 ‘호갱(호구 고객)’이 되는가 하면 싼값에 산 소비자가 구매 취소를 당하기도 한다. 시장의 가격경쟁을 정면으로 무시한 단통법 탓에 애먼 소비자만 피해를 입게 됐다.
김보영/김순신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