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빼기' 확대되나 촉각
3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현재 40~50대 차·부장급 직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은 공개 모집 방식이 아니라 인사담당자 등이 대상자를 비공개 면담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퇴직금 외에 2년치 연봉과 일정 기간 자녀 학자금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가 올 들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지난 9월 삼성SDI에 이어 삼성전기가 두 번째다. 당시 삼성SDI는 LCD(액정표시장치)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진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200여명을 내보냈다. 금융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이 올 상반기에 희망퇴직과 계열사 전보 등을 통해 각각 1000여명과 300여명을 감원했다.
삼성전기의 이번 희망퇴직은 올해 11년 만에 이뤄진 그룹 경영진단 결과와 최근 스마트폰 부품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올 3분기 매출 1조7000억원에 69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측은 “경영진단과는 무관하다”며 “대규모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달 중 그룹 경영진단을 받을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의 합병으로 현재 모습을 갖춘 이후 첫 경영진단이다. 회사 측은 “통상적인 경영 컨설팅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통상 경영진단 이후에는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급락하면서 일찌감치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해외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과 유럽지역 노트북 PC 사업을 접고 무선사업부 인력 500여명을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도 고강도 개혁 차원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선 ‘희망퇴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사업 조정과 신사업 발굴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온 게 삼성의 저력”이라며 “최근 조직과 인력 슬림화에 나선 것도 그런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