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예상 밖의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반등 흐름을 이어가던 국내 증시에 찬물이 쏟아졌다. 3일 코스피지수는 11.46포인트(0.58%) 하락한 1952.97로 마감됐다. 상대적으로 일본 제품과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관련주가 속절없이 밀려났다.
日 돈 풀리니…車 바퀴도 풀렸다
현대차 16만원 ‘간당간당’

현대차는 이날 1만원(5.88%) 하락한 1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가 4만9200원으로 5.57% 떨어졌고, 현대모비스(-4.0%) 현대위아(-8.4%) 만도(-3.97%) 등 부품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소폭 매수 우위를 나타낸 반면 자동차를 포함한 운수장비 관련주를 600억원어치 넘게 내다 팔았다.

현대차 주가가 16만원으로 떨어지자 다시 바닥논쟁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두 차례나 16만원 선에서 반등, 지지력을 확인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7배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0.6배)에 근접, 현 수준에서 추가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에 민감해진 투자심리가 일시적인 과매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16만원 밑에서는 저가 매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쉽사리 반등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크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업체들이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 들어 주력 경쟁차종인 세단의 가격 인하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며 “성장성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종(SUV) 부문에서 일본 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는 악재”라고 말했다.

○“금융 등 배당주 주목해야”

같은 수출주지만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 관련주를 9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뒤집어 보면 자동차주에 대한 상대적인 투자심리가 좋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한국전력 부지 입찰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주식을 정리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당수”라며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외국인 매물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3163억원 규모의 주가연계증권(ELS) 물량도 수급상 부담 요인이다. 지난 8월 말까지 현대차 주가가 22만~25만원에 머물렀던 걸 감안하면 손실 확정 구간인 14만~15만원대에서 헤지펀드의 공매도를 포함한 대규모 매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약세의 충격이 사실상 자동차주에 집중되고 있지만 일본과 경쟁 관계인 화학 철강 등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금융 등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및 원화의 약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 수혜주나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더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는 “4분기부터는 환율 환경도 개선되고 국내 공장 가동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강지연/송형석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