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예금 이탈…금리 '초강수' 둔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 국가의 제재와 유가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러시아에서 루블화 예금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연 9.5%로 종전보다 1.5%포인트 인상했다”며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1%포인트 높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는 현지인이 대거 루블화 예금을 달러나 유로화로 바꾸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2일 분석했다. 올 들어 루블화 가치가 23%가량 추락하면서 러시아 환전소들은 앞다퉈 달러나 유로화로 루블화를 환전하라고 광고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루블화의 급격한 평가 절하가 러시아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08~2009년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약세를 막기 위해 2000억달러(약 213조5000억원)를 쏟아부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이후 루블화 약세를 막기 위해 200억달러를 썼다. 하지만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최근 3주간 약 9% 떨어진 상태다. FT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데다 국제유가까지 떨어져 러시아 경제가 내년에는 더욱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러시아는 당분간 보유하고 있는 외화로 루블화 약세를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