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손님은 안 받습니다.”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유은혜 씨(가명·50)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서귀포에 있는 한 음식점에 예약하려 했으나 거절당한 것. 식당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은 시끄럽고 교양이 없어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최근 식당이나 카페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는 곳이 많아졌다”며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인으로서도 불쾌한데 중국인이라면 대단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정적’ 시선, 일본인 관광객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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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1217만명 중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35%(392만명). 지난해부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방한 관광시장 1위로 자리잡았다. 올해 연말까지 유커는 6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일본은 240만명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방한 관광객 중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커를 대하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유커를 ‘매우 부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7.9%에 달했다. 이는 미주·유럽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 인식(1.9%)보다 21배, 일본 관광객(13%)이나 동남아 관광객(15.2%)의 3배 가까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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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소음, 금연구역 내 흡연, 쓰레기 투기 등의 ‘에티켓 부족’(72%)이 1위로 꼽혔다. 2위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무분별한 중국 투기자본 침투’(17.9%)였고, ‘국내 주요 관광지 혼잡 및 교통체증 발생’(5.2%), ‘관광산업의 중국 의존도 심화’(3.1%) 등이 뒤를 이었다.

유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관광산업의 경쟁력도 해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친절하다’고 응답한 유커는 45.2%에 그쳤다. 이에 비해 미국인의 73.4%, 말레이시아인의 54.8%, 싱가포르인의 52.9%가 한국인이 친절하다고 평가했다. 유커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불친절로 비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커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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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는 유커는 2020년까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커가 1000만명에 이를 경우 68조4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3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 89만8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유커 1000만명 유치를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가 적지않다. 지난해 유커들을 대상으로 한국 여행 만족도를 평가한 결과 4.11점(5점 만점)으로 16개 국가 중 14위였다. 향후 3년 내 관광을 위해 한국을 재방문하겠다는 의향도 3.95점으로 14위였다. 관광업계는 유커의 방한 관광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선결과제 중 하나로 국민인식 개선을 꼽았다.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시끄럽고 쓰레기가 생기기 마련인데 유독 중국인 관광객의 행동에 대해서만 비난하는 것은 문제”라며 “유커들이 한국을 찾아온 귀한 손님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더 많은 유커가 마음 편히 한국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스피디아의 설문조사 결과 ‘유커에 대한 우리 국민의 마음가짐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응답자가 54.2%였다. 유커의 쾌적한 관광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대하는 자세(불친절)와 마음가짐(편견)’이라는 응답이 40.9%로 ‘바가지 요금 없애기’(34.7%), ‘언어소통 불편 해소’(14.5%)보다 많았다.

서영충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한국인들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다”며 “해외여행이 처음인 유커가 많아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중국인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