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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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가을은 ‘여자의 계절’이다. 박스권 장세 속에서 ‘남성적’ 이미지를 지닌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중후장대형 종목들은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여심(女心)을 사로잡은 화장품, 패션, 가구, 주방기기, 유통주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까닭이다.

가을 증시 투자자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여심주(女心株)’의 대표는 화장품주다. 코스피지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장품주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선택이 몰렸다. 업종 대표주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13조7000억원)은 조선주 대표주자 현대중공업(7조6000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올 들어 134.60% 오른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크고 작은 화장품주들이 올 증시 상승률 상위 종목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대기업인 LG생활건강은 14.96% 올랐고, 중소형 전문업체인 한국화장품(238.91%), 코리아나(151.11%) 등의 주가도 껑충 뛰었다.

여심주 선봉을 화장품주가 맡았다면 ‘본진’은 의류주가 담당했다. 성수기인 4분기가 다가오면서 의류주가 꿈틀대고 있다. 섬유의복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 2.87% 상승하며 같은 기간 3.03% 하락한 코스피지수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세실업은 이달 들어 5.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방은 16.01%, 일신방직은 19.69% 껑충 뛰었다. 여성이 구매 결정권을 쥐고 있는 가구주도 올 증시의 승자다. 올 들어 한샘(168.39%)과 현대리바트(282.52%), 에넥스(139.22%) 등은 ‘잘나가는’ 첨단 기술기업 부럽지 않은 상승률을 자랑했다. 같은 기간 주방기기 전문기업 하츠(49.60%)의 상승률도 나쁘지 않다.

증시의 관심은 여심주가 더 예뻐질지(추가 상승), 아니면 상승의 ‘끝자락’에 다다른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평가 논란에도 개의치 않고 ‘가는 주식’만 더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선 펀드매니저를 중심으로 “화장품주 등의 추가 상승여력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와우넷전문가인 강호 안인기는 “화장품, 의류 등 계절성수기를 맞은 종목 중 일부는 고점에서 꺾이는 조짐이 있다”며 “단기적으론 이미 급등한 종목보다는 저점 매수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