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규제를 덜 받는 ‘그림자금융’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가 느슨한 데다 그림자금융 규모가 글로벌 경제 규모를 웃돌 정도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작년 말 기준 75조달러(약 7경9800조원)로 집계됐다. 1년 만에 5조달러가 늘었다. 해당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에 달하는 규모다. 사상 최대였던 2007년(123.4%)에 비해 불과 3.4%포인트 낮은 수치다.

그림자금융은 금융활동의 투명성이 낮고 자금흐름이 복잡해 손실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금융회사 간 위험이 상호 전이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FSB는 “은행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저금리 기조 속에서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그림자금융이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림자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늘었다. 규제 강화로 은행들은 부실위험이 높은 대출에서 손을 뗐다. 은행산업이 위축되자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은행이 취급하지 않는 대출 등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초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금융자산의 전반적인 투자 수익률이 계속 낮아졌고, 만족할 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그림자금융이 채웠다. 전체 금융자산에서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49%에서 작년 45.6%로 줄었다. 반면 그림자금융 비중은 작년에 24.5%로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작년 말 미국의 그림자금융 규모가 14조400억달러로 가장 컸다. 그 다음은 영국으로 4조7000억달러였다. 중국은 2조7000억달러로 3위였다. 중국은 절대금액에선 미국과 영국보다 적지만 증가 속도는 빨라 직전 1년간 38% 늘었다. FSB는 “신흥국 가운데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와 성장 속도가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그림자금융

shadow banking.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에서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헤지·사모펀드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 금융상품과 금융활동을 말한다. 주로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사고파는 방식을 사용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