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우국제소상품박람회장에 마련된 ‘K-디자인’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알약 모양의 친환경 물병, 와인 병마개, 유아용 전자동차, 친환경 주방용품, 부직포 가습기 등의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민지혜 기자
중국 이우국제소상품박람회장에 마련된 ‘K-디자인’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알약 모양의 친환경 물병, 와인 병마개, 유아용 전자동차, 친환경 주방용품, 부직포 가습기 등의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민지혜 기자
중국 저장성 항저우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상업도시 이우는 2011년 중국이 국제무역종합개혁특구로 지정한 세계 최대의 소상품 거래 도시다. 도매 거래 규모가 연간 678억위안(약 11조6345억원)에 달하고 1만9461곳의 민간기업과 14만8400명의 개인사업자가 상주하고 있다. 61개 전문시장에 있는 7만여개 점포에서 170만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우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9만8121위안(약 1684만원)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65%가 215개국에 수출된다. 월마트 까르푸 등 20여개 다국적 소매사가 이우에서 물건을 사간다. 유엔, 월드뱅크,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세계 최대의 소상품 단위 도매시장’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 심플한 디자인 인기

"한국 물통 독특하네" 中바이어 2만여개 주문
이우시 정부는 올해로 20년째 ‘이우국제소상품박람회’를 주재하고 있다. 올해는 22개국에서 2529개 기업이 참가해 약 170억2400만위안(약 2조9213억원)이 거래됐고 20만7159명이 다녀갔다. 그리고 올해 처음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한국 기업 9곳도 ‘K-디자인’ 부스를 마련했다.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이우 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 2만여명의 바이어와 관람객이 K-디자인 부스를 방문, 한국 기업과 구입 계약을 맺는 등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호평했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빨간색 등 선명한 색감으로 알약 모양의 물통 ‘퍼블릭캡슐’을 만든 에코준컴퍼니의 이준서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와 예쁜 색감에 품질도 우수하다는 바이어들의 반응이 많았다”며 “95건의 상담을 통해 약 2만8000개의 주문을 받았고 샘플을 요청한 곳도 많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10억원가량의 투자와 합작회사 설립 등 여러 제안을 받았고 현재 중국 시장 진출 방법을 검토 중이다.

빨강 파랑 녹색 등 알록달록한 색깔의 와인 병마개를 만든 비다의 이재혁 대표는 “지난해 국내에서 3만개가 팔렸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단순하면서 예쁘다는 반응을 얻어 중국 시장 진출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1만개를 주문한 바이어도 있고, 많은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 친환경 소재로 차별화

예쁜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를 차별화한 것도 한국 디자인 기업들의 강점으로 꼽혔다.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열에 강한 주방용품을 만든 나인웨어의 박철수 대표는 “이번에 약 300건의 계약을 맺었는데 특히 정화실업유한공사와 장쑤중청투자유한공사에서는 대량 공급을 전제로 샘플을 요청했다”며 “한국 디자인과 품질의 우수성, 친환경이라는 콘셉트에 좋은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내년에도 중국 전시회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우시에서 한국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는 리이페이 이우 당서기, 성추핑 이우시장, 둥펑밍 이우시 부시장 등 정부 관계자들의 참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리 당서기는 이번 전시 기간 중 열린 ‘이우국제소상품박람회 한국기업 비즈니스 매칭 상담회’에서 “이우시 상품의 품질을 높이려면 한국 디자인 기업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인재가 필요하다”며 “이우시에 있는 10만여개 중소업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이우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중 디자인 협력

이우시 정부 관계자들은 내달 6~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디자인 코리아’ 전시회에 참가한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중국사무소는 이우시의 액세서리산업협회, 여성기업가협회, 문화용품산업협회 등과 시장 정보 및 디자인, 기술, 인재 교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세계 최대 규모 소상품시장인 중국 이우에서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알렸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속도를 낼 것”이라며 “뛰어난 디자인을 원하는 중국과 넓은 시장을 원하는 한국이 협력해나갈 방법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