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트리플 약세'
국채금리 年 12.49%로 치솟아…헤알화 가치는 9년 만에 최저
당분간 자산가치 하락 예상
복지지출 확대·시장개입 우려…투자자들 이탈 가속 가능성
전문가들은 당분간 브라질 금융시장 전반에 자산 가격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새 재무장관에 시장 친화적 인사를 기용하고 재정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 장중 6%↓…헤알화 9년 만에 최저
브라질 증시의 대표 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27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2.8% 하락한 50,503.66으로 장을 마쳤다. 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주요 20개국 증시 가운데서도 주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전날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장중 한때 6%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국영 전력회사 일렉트로브라스 주가는 이날 각각 12.5%, 9.6% 폭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헤알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68% 떨어져 2005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달러당 2.52헤알을 나타냈다.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금리 역시 연 12.49%로 전 거래일보다 0.41%포인트 뛰었다(국채가격 하락).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반응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부감 때문으로 해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호세프 대통령이 사회복지 지출 확대와 시장 개입 등 기존 정책을 고수한다면 마이너스 성장률과 치솟는 물가에 허덕이는 브라질 경제를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17년까지 헤알화 가치가 달러당 3.50헤알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자산가격 하락 전망
미국 경제방송 CNBC는 “호세프 대통령이 연임과 동시에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위한 브라질 정부의 지출 확대는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초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을 0.3%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브라질이 성장률을 높이고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간신히 투자등급(BBB-)에 머물러 있는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정치개혁과 사회·경제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골이 깊어진 브라질 계층과 지역 갈등이 이번 선거로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사회 통합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루치아노 로스타그노 방코미즈호 브라질 수석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부정적이라 가능한 한 빨리 시장 친화적 경제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 내각의 확실한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브라질 주식과 채권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은 데다 지나친 친노동자 정책으로 기업하기 힘든 상태를 뜻하는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맞물리면 브라질 금융시장은 더욱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