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 시대'를 앞다퉈 준비하던 국내 증권사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당초 27일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후강퉁 제도가 기약 없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후강퉁 제도 시행에 발맞춰 시스템 개편, 고객 이벤트 등을 진행하려던 증권사들은 무기한 서비스 개시를 미루게 됐다.
B증권사 관계자는 "후강퉁과 관련한 준비는 모두 마치고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만 지켜보고 있다"며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 거래소 사이트, 브로커 등을 통해 알아보고 있지만 정확한 일정은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거래대금 감소 등 증시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은 후강퉁 제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중국 증시의 빗장이 풀리기 전 후강퉁 제도 설명회와 투자 방법 강연회 등을 잇따라 진행했다. 중국 본토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도 확대 개편했다.
키움증권은 종목 분석자료를 배포하기 위해 중국 증권사 하이퉁증권과 손을 잡았고,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은 후강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국 기업 안내서 등을 준비했다. 또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상하이A주 종목에 대한 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후강퉁 관련 팀을 구성하거나 서비스를 개시한 증권사들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정이 지연되면서 후강퉁 관련 투자 열기가 식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후강퉁 제도가 다음 달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2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교차거래 당사자들은 기술적으로 교차거래를 시작할 준비가 됐지만 아직 교차거래 개시와 관련된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시행일자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시행일이 지연되면서 후강퉁 시행은 다음 달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증권감독 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아직까지 후강퉁 시행 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달 시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용 KTB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 이사는 "업계나 언론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다시 일정을 지연시킬 만한 명시적인 이유가 없다"며 "후강퉁 시행을 위한 준비가 대부분 끝난 것으로 보아 11월 내에는 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리샤오자(李小加) 홍콩증권거래소 행정총재는 홍콩경제일보에 "후강퉁은 시행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밝혀 장기간 일정이 지연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