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 은행에 맡긴 돈이 2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10억원 이상 은행에 돈을 맡긴 고액 자산가들의 예치액도 계속 늘어나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액 자산가의 1인당 예치액은 평균 24억원이었다. 저금리 시대에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자산가들이 PB센터를 찾아 전문가들에게 재테크를 조언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PB 고객 자산 1년 새 7.7%↑

2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18개 은행의 PB센터 이용자는 75만832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74만7371명)과 비교하면 은행을 찾는 PB 이용자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은행들은 통상 3억원 이상 돈을 맡긴 이들을 PB 고객으로 분류, 따로 서비스해준다.

PB 서비스 이용자 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들이 은행에 맡겨 놓은 자산은 1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맡긴 예·적금, 펀드, 신탁 등은 같은 기간 181조9105억원에서 195조9528억원으로 7.7% 증가했다.

PB센터에 돈을 맡긴 사람들은 은행 예금과 펀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탁상품 투자를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PB 고객의 은행 예금은 작년 6월 말 109조7983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60.4%를 차지했지만, 올해 6월 말 58.3%(114조2147억원)로 비중이 줄었다. 펀드 역시 같은 기간 자산 비중이 14.1%(25조5988억원)에서 13.8%(26조9877억원)로 감소했다.

반면 신탁은 같은 기간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13조4494억원)에서 8.7%(16조9867억원)로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해 일반 예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신탁 상품에 돈을 넣은 PB 고객들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 1인당 24억원 예치

은행권 전체 PB 고객 중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1만6416명으로 작년 6월 말(1만5506명)보다 5.9% 늘어났다. 이들이 맡긴 예치액은 같은 기간 38조5136억원에서 39조4141억원으로 2.3% 증가했다. 고액 자산가의 1인당 평균 예치액은 24억96만원(6월 말 기준)으로 작년(24억8378만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찾는 고액 자산가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저금리 시대에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은행에서 중위험·중수익 상품 위주로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창민/이호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