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경영스쿨 세이와주쿠 연찬회에서 경영자들을 상담해 주고 있다. 한경 DB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경영스쿨 세이와주쿠 연찬회에서 경영자들을 상담해 주고 있다. 한경 DB
“경영이란 간단하다. 매출을 최대한 늘리고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이익을 확대하는 가장 간단한 원칙에 따라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82)이 1959년 교세라를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달은 경영의 중요한 원칙이다. 파인세라믹스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자 출신인 그는 창업 당시 경영에 대한 지식이 없어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도 읽지 못했다. 경리부장과 회계와 경리에 관해 얘기하면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자 그는 문제를 단순하게 파악하고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매출에서 경비를 뺀 잔액이 이익이라면 매출은 최대로, 경비는 최소로 하자. 그러면 결과적으로 이익도 늘어날 것이다.’

그는 몇 퍼센트의 이익률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일절 갖지 않았다. 오로지 필사적으로 매출을 가능한 늘리고 경비를 계속 줄이려 노력하면 그 결과가 이익의 증대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정리한 이 논리는 교세라의 경영 핵심 원칙이 됐고, 이 회사가 이익을 내고 고수익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 ‘일본에서 존경받는 3대 기업가’ ‘CEO(최고경영자)를 가르치는 CEO’ ‘일본항공(JAL)을 회생시킨 경영의 달인’ 등 이나모리 명예회장을 설명하는 다양한 문구 중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수식어는 ‘창업 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기업인’이라는 말이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신간 《남겨야 산다》에서 ‘고수익 경영’의 원칙을 설명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은 다양한 분야와 규모의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들이 던진 물음 16가지 사례에 대해 그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긴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불타는 투혼》《일심일언》등 그의 이전 저서들이 주로 경영철학과 일과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 등을 전했다면 이 책은 고수익을 내기 위해 현장에서 정면 승부하며 얻은 경영 노하우를 담고 있다.

‘매출 최대화, 경비 최소화’란 원칙이 단순하다고 실행 방법까지 단순할 리 없다. 온갖 창의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동원해야 한다. 어떻게 경비를 줄이고, 어떻게 직원들이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할까. 그는 회사의 조직을 ‘아메바’라 불리는 작은 집단으로 나누고 그 집단마다 성장이 기대되는 인재에게 운영을 맡기는 독립채산제를 시작했다. 소집단별로 시간당 부가가치를 채산성 지표로 삼았다. 이런 식으로 그는 직원들에게 책임의식을 부여하고 ‘아메바 경영’이라는 활약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채산성을 개선하고 경영자로서의 의식을 갖춘 인재를 육성했다.

그는 채산 단위를 세분화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부문별 실적을 임금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부문별 실적을 토대로 성과급을 올리거나 깎는다는 것은 인간미가 떨어지는 방법이다. 저조한 실적을 올리는 부문의 직원은 의욕을 잃고, 일시적으로 성과급이 올라 기뻐하는 직원도 다음에 기대 이하의 실적으로 성과급이 깎이면 급격히 사기가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전체 임금체계를 실적급제로 바꾸는 것도 같은 논리로 반대한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안이한 자세로 나서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다각화에는 막대한 위험과 어려움이 동반되므로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회사가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재무 기반을 다지고 경영자가 열정을 가지고 사소한 일이라도 진지하게 판단하려는 자세를 갖췄다면 다각화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이어 직원들과 파트너십을 쌓는 방법과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노하우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는 기업이 고수익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를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재무 체질을 강화시키고 △안정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고 △높은 배당으로 투자 주주를 늘릴 수 있으며 △주주에게 자본이득을 안겨줄 수 있고 △사업 전개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회사의 역량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자라면 ‘우리 회사는 고수익 기업이 될 것이다’는 간절한 열망을 품어야 한다”며 “그런 열망이 일에 대한 집념과 노력으로 이어져 하나둘 좋은 결과를 이뤄낼 때 고수익이 실현된다”고 강조한다. “불타는 투혼으로 일하고, 이익을 남겨서, 그 수익으로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회사의 목적으로 삼고, 50여년간 현장에서 치열하게 사업을 일궈온 ‘적자 없는 기업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