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올라도 관심은 실적으로…잠재된 '실적 폭탄' 일단 피하자
주식시장이 급락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외국인 매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투자심리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수는 상승세지만 종목 간 차별화는 심해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3분기 실적으로 옮겨가면서 실적 충격이 예상되는 종목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승장 왕따 된 실적 부진株

22일 주식시장에선 3분기 실적 개선에 따라 종목 간 희비가 엇갈렸다. 실적이 대폭 호전된 LG디스플레이는 3만2200원으로 2.88%(900원) 뛰었다.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에 9월 말 11만9500원에서 지난 17일 9만2300원까지 급락했던 호텔신라 주가는 3분기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된다는 분석에 힘입어 이날 10만8000원으로 8.98% 급등했다. 전날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은 한샘(6.61%)과 삼성엔지니어링(1.23%)도 오름세를 보였다.

지수는 올라도 관심은 실적으로…잠재된 '실적 폭탄' 일단 피하자
반면 현대차는 3.89% 급락한 16만1500원에 마감, 201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발표를 하루 앞둔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754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아차(-2.22%) 현대모비스(-3.99%) 현대위아(-2.48%) 등 다른 자동차·부품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이 밖에 현대미포조선(-4.19%) 현대중공업(-3.26%) 삼성중공업(-0.41%) 등 실적 부진이 우려되는 조선주들이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상승장에서 이들 종목의 주가 약세는 한층 더 도드라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1.69포인트(1.13%) 상승한 1936.97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외국인 매수가 지수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경기민감 대형주는 일단 피해야”

미국 증시에서도 ‘어닝 쇼크’가 나타난 구글과 IBM 맥도날드 등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 공통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수출주들의 실적 쇼크에 대한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어닝시즌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실적이 전 분기 혹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경기민감 대형주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로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조선 등이 해당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현대차 현대하이스코 SK네트웍스 지역난방공사 등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양해정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상반기 지속된 원화 강세 등의 여파가 3분기까지 지속된 결과로 하반기 들어서면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는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수출주 실적도 4분기부터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