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하루 전 한 뉴스통신사가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를 인용해 “올해 우리나라 커피 (조제커피를 제외한 생두와 원두) 수입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보도한 데서 비롯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금년 1~9월까지 조제품을 제외한 생두와 원두 커피 수입량이 10만톤에 육박 (9만9372톤)했다는 집계입니다.
이 수치는 커피 수입이 가장 많았던 3년 전 2011년 같은 기간의 양인 9만2040톤 (당시 한해 전체 커피 수입량은 10만8918톤) 보다 7.4% 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때문에 새로운 기록 작성이 예상된다는 건데요.
지난 9월까지 커피 수입 증가폭을 감안할 때 2014년 전체 커피 수입량은 11만7000톤 정도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매일 300톤을 훌쩍 넘는 (정확히는 321톤) 원두와 생두 커피가 배에 실려 국내로 들어오는 셈이고요.
하루 수입량인 321톤의 생두와 원두 커피를 실제 우리가 마시는 ‘잔’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 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1년 수입원두를 에스프레소 커피로 환산해 분석한 내용에다 대입해 계산해 보면 대략 4000만 잔 가량이 나옵니다.
4000만잔은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인 2400만명이 하루에 한 잔 반 ( 1.7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고요.
식약처측은 이와 관련해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의 원두량 (8g)엔 100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며 “1일 카페인 권장량 (400mg)을 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합니다. 알아서 들 잘 조절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커피는 어느 곳에서 들어올까? 이 기간 수입된 커피 원산지론 베트남이 2만3686톤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축구 잘하는 국가인 브라질 (1만7566톤)과 콜롬비아 (1만4043톤) 온두라스 (9219톤) 페루 (6782톤) 같은 중남미 국가가 주로 뒷순위에 올라 있네요.
이들 중남미 국가 가운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 선수를 앞세워 반짝 빛났던 ‘콜롬비아’산 커피가 두드러지게 약진했다 (올해 수입량이 지난해 수입량인 1만3581톤을 능가)는 해석도 나옵니다.
2011년이 갖고 있던 커피 수입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할 만큼 급증한 2014년 커피 수입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커피시장의 미스터리 또는 왜곡구조 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올 들어 원두 커피의 수입이 급증한 것은 국내 커피 시장이 3년 전인 2011년에 정점을 찍은 뒤 2년 동안 고꾸라져 이른바 ‘침체기’를 겪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다른 말로 ‘사람들이 커피 마시는 양을 줄였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2014년 1~9월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 (8만3천693t) 할 경우 무려 18.7%나 늘어난 것이 증명하지요. 왜일까?
일각에서는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생겨난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던데 물론 이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원두의 국제 시세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게 꼽힙니다. 쉽게 말해 값이 싸지다 보니 수입하는 양이 늘어나 2011년을 능가하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수치가 증명하는데요.
앞서 보았다시피 커피 수입량은 그동안 사상 최대의 해로 불리는 2011년 대비 7.4%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수입에 따라 지급한 돈은 2011년 (4억6190만달러 규모) 보다 올해 (3억8200만달러 규모) 훨씬 적습니다. 커피 원가가 엄청나게 내렸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마시는 커피 값은 내려가긴 커녕 오르기만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됩니다.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