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vs 방어' 하나만 제대로 해도 오른다
현대하이스코와 한세실업은 올 들어서만 주가가 90% 이상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지난달 중순 이후에도 주가에 큰 변동 없이 단단한 ‘맷집’을 자랑했다. 주가의 방향은 같았지만 두 회사의 전략은 정반대였다. 현대하이스코는 대규모 신규 투자로 성장성을 보강했고, 한세실업은 비용 절감으로 안정성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투자를 통한 ‘공격’과 원가 경쟁력을 높인 ‘방어’ 전략을 명확히 세운 종목들은 하락장에서도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돌격 앞으로’가 차별화

21일 현대하이스코 종가는 8만700원으로 올 들어 94.5% 상승했다. 신규 투자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기대가 커진 덕분이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 3월 차량경량화제품 생산공장 신설에 103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지만 최근 목표주가를 9만4000원으로 높여 잡았다”며 “차량경량화 관련 투자가 해외법인의 안정적인 이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5월 자동차 운반선 4척에 이어 7월엔 초대형 원유 운반선 4척을 구입하기로 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도 올해 32% 뛰었다. 투자액은 4940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대규모 투자 여력과 중장기 수송 경쟁력 강화에 주목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현대글로비스가 현대·기아차 완성차 수출 물량의 40%를 담당하고 있지만 2016년부터는 100% 전담이 예상된다”며 “영업 인프라가 확충되면 제3자 완성차 수송도 수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황이 안 좋은 가운데 적극적으로 선박 확보에 나선 흥아해운과 KSS해운도 대표적인 ‘공격형’ 기업으로 꼽힌다. 흥아해운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2000억원이 넘는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KSS해운은 지난 8월 영업력 확대를 위해 신규 선박 확보에 79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 들어 흥아해운은 75.1%, KSS해운은 23.7% 주가가 올랐다.

◆잘 막는 것도 이기는 비결

원가 절감 및 생산성 향상 노력으로 이익을 지켜내는 종목들도 약세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업체들이 대표적이다. 한세실업은 올 들어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며 의류업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날 역시 외국계 창구로 매수 주문이 대거 유입되면서 3만9600원으로 2.19% 뛰었다. 김혜련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공장의 생산성 확대와 염색·후가공 업체의 수직 계열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커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실적 성장 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일시멘트와 OCI머티리얼즈도 동종업체 대비 높은 원가 경쟁력이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히는 종목이다. 한일시멘트의 올 주가 상승률은 53%로 업종 평균(27%)을 크게 웃돈다. 강승민 농협증권 연구원은 “한일시멘트는 폐열발전으로 전력비용 부담을 줄였고, 고정비 부담도 크지 않아 국내 시멘트 업체 중 원가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시멘트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태양광 전지 핵심 소재 삼불화질소(NF3) 업체인 OCI머티리얼즈는 치킨게임으로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정현/송형석/강지연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