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공제회, 조합, 민간협회 등의 재무건전성을 직접 검사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부실 운영이나 세월호 사태에서 드러난 한국해운조합의 비리에서 보듯 공제업자들의 부실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난 만큼 금융당국의 검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개별법을 근거로 공제업자들을 독자적으로 관할해온 다른 정부 부처들은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까지 나서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생각이다.

◆“금융위가 건전성 감독해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말 교직원공제회 등 15개 공제업자에 운영과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약속한 돈을 주기 위해 고위험 투자에 빈번하게 나선 데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당수 공제회가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자체 노력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구조”라며 “관리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제는 조합원들이 상호부조의 차원에서 미리 돈을 모았다가 사고가 터지면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보험과 성격이 같다. 하지만 공제업은 산업진흥을 위해 만든 개별법에 근거하고 있어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사와 다른 규제를 받아왔다.

공제회가 잘못되면 해당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검사권 행사를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유사시 정부재정이 투입되는 곳은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해 군인, 지방행정, 경찰, 소방 등 5곳이다.

공제회가 영업대상을 조합원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 확대하고 있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공제회가 일반인에게 보험과 다름없는 공제상품을 팔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 비판도

다음달 4일까지인 보험업법 입법예고에 대해 정부 소관 부처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우정사업본부는 ‘법령에 따라 자체 점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공동검사를 하는 것은 이중규제여서 반대한다’고 입법 관련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입법안은 국무회의에서 전원합의가 이뤄진 뒤 국회에서 의결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험업법 개정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올초 국정과제로 공제회 감독 강화 이슈가 부각됐다”며 “사전 협의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의견이 일치되지는 않았지만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견 불일치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서는 부처 간 영역다툼과 힘겨루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공제회와 공제조합은 정부부처 간부들의 주요 낙하산 자리”라며 “공동 검사권을 둘러싼 공방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의 경우 금융당국은 일부 대형사만 맡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공제회에 대한 검사권 요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