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이달 첫 거래일인 지난 1일 2달 반 만에 2000선이 붕괴되더니 17일 1900선마저 무너졌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산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 말 유럽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전까지 코스피지수의 조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반등 계기가 없는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17포인트(0.95%) 떨어진 1900.66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8개월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900선마저 내줬다.
외국인이 3000억원 어치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2조3000억원을 매도했고, 이 기간 동안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1205조원에서 1151조원으로 54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기업들의 이익 감소 추세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앞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데다 기업 실적도 부담이 되고 있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변동성 지수가 급등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변동성지수는 지난 10일 14.81% 급등한 데 이어 전날에도 9% 가까이 올랐고 이날은 9.26% 상승한18. 65를 기록했다.
코스피변동성지수가 18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22일 이후 약 1년 3개월만의 일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수는 여전히 바닥이 아니며 반등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상승동력이 없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187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유럽 경기는 매우 부진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과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미국 FOMC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지지력을 제공할 뿐 반등 기회가 되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FOMC에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종료 연장설도 번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FOMC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고,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유럽 경기 회복 신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세를 보고 '저점 매수에 나서자'며 공격적인 투자를 보일 수 있지만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더 하락하며 바닥권을 형성하는 것을 확인한 뒤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코스피 조정이 1~2주 가량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팀장은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전체에서 이탈하고 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주요 경제 지표들이 부진하고 유로존 위기가 커지는 등 부정적 신호가 포착되면서 증시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1~2 주 정도 조정이 지속되며 지수는 187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다만 "증시가 단기간에 급하게 조정을 받은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나면 반등 계기를 찾을 것"이라며 "다음 달 이후 반등을 예상하고 그동안 가격 하락이 컸던 자동차, 반도체 등의 수출종목 위주로 매수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주가 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라며 1900선 붕괴 이후에는 추가 하락 가능성에 제한적이란 의견도 나왔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주당순자산비율(PBR) 1배가 깨진 것이 금융위기 때인데 현재 그 정도까지 떨어졌다"며 "FOMC이후에는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단기급락한 종목 중 실적이 잘 나온 종목들에 대해서는 매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10월 말부터 미국 소비시즌이 시작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유가와 금리 하락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여력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