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몰아친 현대重…임원 30% 퇴진
현대중공업그룹이 16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30%를 감축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조선 3사 전 임원들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지 나흘 만이다. 인적 쇄신을 통해 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3사 임원 262명 중 30.9%에 해당하는 81명을 퇴임시키는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또 하경진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또 이성조 현대중공업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31명을 승진 발령하고, 박희규 부장 등 28명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했다. 회사 측은 승진폭이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이전에 인적 쇄신을 마무리하고, 하루빨리 위기에 처한 그룹의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12일 본부장 회의에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를 이끌던 권오갑 사장이 위기 타개를 위해 친정인 현대중공업으로 전격 복귀한 데 이어, 정몽준 대주주의 아들인 정기선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함에 따라 3세 경영체제 구축이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상무는 부장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곧바로 승진, 본격적으로 경영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정 상무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학군(ROTC) 43기로 임관해 육군 장교로 복무한 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같은 해 8월 미국으로 유학,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고 2011년 9월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작년 6월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해 경영기획팀과 선박영업부 부장을 겸임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한편 그룹 역사상 첫 생산직 출신 임원도 나왔다.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생산현장에서 드릴십(원유시추선) 품질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열 기정(技正)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노 상무보는 1974년 7급 기사로 입사해 조선소 현장에서 선박품질 부문에서만 40년을 근무한 이 분야 전문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