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저금리시대 강남 PB센터 신풍경…거들떠보지 않던 채권형펀드에 뭉칫돈
고액 자산가들이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연 수익률 3~4% 정도의 국내 채권형펀드나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 투자상품에도 뭉칫돈을 넣고 있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예금 금리는 1%대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예금 금리보다 1%포인트 높으면 만족

자산가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투자상품은 국내 채권형펀드다. 주식보다 안전하면서 은행 정기예금보다 0.5~1%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안정적인 성향의 자산가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공모형 채권형펀드에 2986억원이 순유입됐다.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펀드 순유입자금 9923억원의 30%다.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82%다. 한국은행이 연말이나 내년 초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국내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태 신한PWM 압구정중앙센터장은 “자산가들이 예전엔 채권형펀드에 관심이 없었는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다”며 “정기예금보다 0.5~1%포인트 정도 높은 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기대 수익률 연 4% ELS에 뭉칫돈

자산가들은 연 기대 수익률 4%대의 ELS나 주가연계사채(ELB·과거 원금보장형 ELS)에도 돈을 넣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프라이빗뱅커(PB)센터에선 ELS나 ELB의 기대 수익률이 연 6~7%는 돼야 팔렸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지면서 자산가들이 연 4% 수익률 상품에도 ‘투자할 만하다’고 느낀다는 게 일선 PB들의 설명이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상무는 “8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정기예금의 두 배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ELS나 ELB에 자산가의 자금이 꽤 투자됐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달러로 투자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도 인기 상품이다. 연 1%의 고정이자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원·달러 환율 상승) 환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지주사 사모펀드 인기

최근엔 지주사 등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부 종목에 선별투자하는 사모펀드도 속속 설정되고 있다.

김응철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이사는 “자회사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지주사들은 안정적으로 배당하면서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자산가는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PB팀장은 “최근엔 투자자문사와 일임계약을 맺고 적립식으로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자산가들이 있다”며 “거시경제 지표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신흥국 시장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