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부터 그릇·이불까지…혼수도 '직구'…獨주방용품 225% 급증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선아 씨(30)는 혼수를 장만하면서 200만원 이상을 아꼈다.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서다. 이씨는 “주방용품, 전기레인지, 거위털 침구 등을 국내 온라인 최저가보다 3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며 “시댁 식구들에게 줄 가방, 옷 등 선물도 해외 직구로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결혼할 예정인 회사원 봉정우 씨(33)도 해외 직구로 TV를 마련할 생각이다. “한 달쯤 기다렸다가 12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때 LED TV를 살 생각”이라고 했다.

혼수를 직구로 장만하는 ‘혼수 직구족(族)’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류·잡화나 유아용품 위주였던 직구 품목도 생활가전, 주방용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최대 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에 따르면 올 7~9월 3개월 동안 TV 배송대행 건수는 총 4850건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직구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총 TV 물량인 3450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냄비도 7~9월 3개월 주문량이 직전 3개월 주문량보다 28% 많았다. 커피머신, 전기레인지, 그릇 등은 13~16% 많았다. 윤달(10월24일~11월21일) 이전에 결혼하려는 예비부부들의 수요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올초 결혼 성수기를 앞둔 1~2월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커피머신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0% 급증한 것을 비롯해 전기레인지 100%, 냄비 64%, 그릇 35%, 이불 60%씩 주문이 늘었다.

직구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삼성 60인치 스마트 LED TV의 직구 가격은 제품가와 관세, 부가가치세, 배송료를 모두 합쳐 163만원이다. 국내 판매가가 250만원대인 것을 고려했을 때 40%가량 싼 값이다. 지멘스 전기레인지와 거위털 이불도 70% 이상 싸게 구매할 수 있다.

혼수 수요에 따라 최근에는 독일 온라인몰을 찾는 직구족이 늘고 있다. 헹켈, 휘슬러, 빌레로이앤보흐 등 독일 주방용품·식기 브랜드가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몰테일 관계자는 “독일 생활용품의 배송대행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할 정도로 인기”라며 “혼수 직구족을 잡기 위해 인기 상품을 70%가량 할인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직구 관련 업체들은 배송비를 줄이기 위해 해상 택배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해상 운송은 항공 운송에 비해 기간은 7~11일 길지만 배송비를 40~70%가량 줄일 수 있다. 3인용 소파의 경우 항공 운송에서 해상 택배로 바꾸면 배송비를 현재 500달러에서 260달러로 50%가량 줄일 수 있다. 해상 택배가 활성화되면 직구 품목이 대형가전이나 가구 등 무게와 부피가 큰 상품으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