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총리가 “새로운 핀란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지금 핀란드 경제가 직면한 속사정을 잘 드러낸다. 스투브 총리의 이 발언은 S&P가 핀란드 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뒤이어 나왔다. 노키아가 몰락한 이후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는 핀란드 경제의 절박한 현실이다.

핀란드는 2000~2008년까지 이른바 황금시대를 구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아직까지 경제회복을 못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년 연속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런 핀란드 경제의 굴곡은 노키아의 부상과 몰락이라는 흐름과 거의 일치한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다 복지비 부담으로 인한 재정적자, 높은 노동비용,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를 대표하던 노키아의 몰락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작지 않은 계기적 충격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

핀란드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창업기반 경제를 외쳤다. 때마침 ‘앵그리버드’로 히트를 친 로비오,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슈퍼셀 등 게임회사들이 탄생했다. 여세를 몰아 스타트업사우나(Start-Up Sauna) 등 창업프로그램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각에서 노키아가 몰락한 핀란드에서 벤처가 꽃을 피웠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대기업이 망해도 벤처 창업이 성공할 수 있으니 끄떡없다는 식의 논리적 비약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핀란드에서 벤처가 고용하는 총 인원은 2000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노키아가 만든 2만개 일자리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2008년 6%였던 핀란드 실업률은 지난 1분기에 8.4%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오히려 네트워크 기술 등을 중심으로 재기를 노리는 노키아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가경제라고는 해도 역시 대기업이 잘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산업생태계의 저변이요 기댈 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