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노트( )’와 삼성SDI가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 )차 전지’, 사자성어 ‘()고초려’. 괄호 안에 들어가는 숫자의 합은? (답은 4+2+3=9)

중국 메신저 QQ를 만든 회사, 최근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 중국 최대 포털의 영문 첫 글자를 합치면? (답은 TAB. 텅쉰의 T, 알리바바의 A, 바이두의 B)

딸과 며느리의 차이점을 두 컷 그림으로 표현하시오. (광고직 SSAT)


삼성그룹은 12일 신입사원 공채를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렀다.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삼성그룹은 12일 신입사원 공채를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렀다. 서울 대치동 단국대사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삼성그룹 사업에 대한 이해와 함께 폭넓고도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평소에 쌓은 역사와 인문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12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른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예상보다 더 어려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의 2차 관문인 SSAT를 국내 79개 고사장과 미국 뉴어크와 로스앤젤레스(LA), 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 3곳에서 치렀다.

삼성은 사물인터넷을 뜻하는 ‘IoT(Internet of Things)’,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 ‘타이젠(TIZEN)’, 삼성전자 웨어러블 브랜드인 ‘기어(GEAR)’ 등의 기술용어를 알아야 풀 수 있는 직무상식 문제를 출제했다. 또 갤럭시 노트 엣지,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트(LTE-A) 등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술문제도 있었다.

○더 늘어난 역사·인문학 문제

이날 SSAT에는 줄잡아 9만~10만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국내외에서 응시했다. 올 하반기에 삼성전자, 제일모직 등 25개 계열사가 뽑는 신입사원은 4500~5000명으로, 삼성은 SSAT를 통해 채용인원의 2~3배수를 선발한 뒤 계열사별로 면접을 치를 예정이다. 합격자 발표는 열흘 뒤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SSAT에선 삼성전자 등의 정보기술(IT) 비즈니스에 대해 모르면 풀기 힘든 문제가 다수 나왔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노트( )’와 삼성SDI가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 )차 전지’, 사자성어 ‘( )고초려’를 보기로 주고 괄호 안의 숫자를 더해 푸는 문제를 냈다. 김모씨(26)는 “삼성의 여러 계열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아 당황했다”며 “기출 문제만 푼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 말했다.

역사 문제는 올 상반기보다 문항이 더 늘었고, 단순 지식이 아니라 시대별 흐름을 꿰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 한국사와 인문학을 연계한 문제와 함께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차례대로 나열하라는 문제, 조선말기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을 구분하라는 문제도 나왔다. 한 지원자는 “상식시험의 20% 정도는 역사 문제였고, 상대적으로 세계사에 대한 이해를 묻는 질문이 많아 까다로웠다”고 했다.

‘꿩 대신 닭’ ‘바늘 가는 데 실 간다’ 등의 속담을 제시하고 치맥(치킨+맥주)과 어울리는 속담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도 있었다. 제일기획의 광고직 SSAT에선 ‘딸과 며느리의 차이점을 두 컷 그림으로 표현하시오’ ‘빼빼로 데이로 알려진 11월11일은 농업인의 날인데 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을 묻고 주관식으로 쓰도록 했다.

○치열한 경쟁…결시 인원 드물어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만난 SSAT 응시생들의 표정엔 당혹감이 역력했다. 삼성전자 연구개발직에 지원한 응시생은 “상식과 공간지각능력 문제를 풀 때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SSAT 문제집 공부나 학원 수강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두세 번 시험을 본다고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공간지각능력(시각적 사고) 영역의 문제에선 종이를 접어 구멍을 뚫은 후 펼쳤을 때의 모습을 찾는 문제, 블록 쌓기 문제 등이 출제됐다. 시중 문제집의 예제에 비해 난도가 훨씬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에 지원했다는 박모씨(25)는 “다른 대기업과 시험이 겹치지 않았기 때문인지 결시 인원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한 반에 30명이 시험을 보는데 한 명만 빈자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은/공태윤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