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탄산업이 ‘벼랑 끝’에 섰다.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 등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석탄 사용을 줄이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해외시장이던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출길도 좁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셰일 붐으로 곤경에 빠졌던 석탄산업이 버락 오바마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중고를 겪는 석탄업계

미국 석탄업계에 가장 큰 위협은 셰일가스다. 셰일가스 붐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이 크게 늘어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2000년 전체 천연가스 생산의 1%를 차지하던 셰일가스는 현재 천연가스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늘어났다.

마켓워치는 “미국에서 천연가스 100만BTU(영국식 열량단위·1BTU=0.252㎉)당 가격은 4달러로 아시아(18달러), 유럽(10달러)보다 싸다”며 “미국 내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규제도 또 다른 위협이다. 지난 6월 미국 환경보호국은 202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 탄소배출량을 2005년보다 30%(약 7.3억t) 줄이겠다는 ‘청정발전계획(Clean Power Plan)’을 발표했다. 자원 관련 컨설팅업체 우드매켄지의 매튜 프레스톤 애널리스트는 “청정발전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확신하긴 어렵지만 조만간 이산화탄소에 대한 규제가 생길 것이고, 이는 석탄업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경기침체로 수출길도 막혀

미국 내 수요 감소를 수출이 상쇄해줄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FT는 “미국 광산업체 알파내추럴리소스는 매년 발전용 석탄을 1200만~1500만t 수출할 것을 기대했지만 실제 300만~600만t밖에 팔지 못했다”며 “인도네시아, 호주, 남아프리카 등에서 값싼 석탄이 생산되는 데다 세계 석탄 수요도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용 석탄뿐 아니라 철광석 등을 가공할 때 쓰이는 산업용 석탄 수출도 감소 추세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줄어서다. 수요 감소로 공업용 석탄 가격은 2011년 t당 330달러에서 올해 120달러로 떨어졌다.

또 중국 정부가 오는 15일부터 자국 석탄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무연탄 점결탄 등 5개 석탄 품종에 대해 3~6% 수입관세를 적용키로 해 중국으로 석탄을 수출하는 석탄기업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석탄 수입세를 부활하는 것은 10년 만이다.

석탄업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컨설팅기업 ICF의 크리스 매크라켄 애널리스트는 “청정발전계획이 진행되더라도 미국에서 석탄을 이용한 발전량이 200GW를 차지한다”며 “장기적으로 천연가스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체들의 전망은 훨씬 비관적이다. 케빈 크러치필드 알파내추럴리소스 최고경영자(CEO)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더 고통스러운 날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FT는 “알파내추럴리소스는 2011년 이후 전체 직원의 3분의 1 이상인 50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며 “이는 전체 석탄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